우리가 아이 낳기가 무서운 이유_4
그렇다면 자녀를 둔 대한민국 여성이 직장 생활과 가정 생활을 잘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우리나라는 ‘유연 근무제도 확대 및 활성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녀를 둔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유연 근무제도의 확대다. 현재 일부 대기업에서 유연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유연 근무제는 재택근무, 탄력 근무제, 선택적 근무 시간제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여성들은 자녀의 돌봄과 직장 업무를 보다 유연하게 병행할 수 있다.
유연근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사회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세 곳이 있다. 바로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다. 스웨덴은 전 세계적으로 부모 친화적인 정책을 잘 시행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 양육과 직장 생활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도록 유연 근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스웨덴에서는 부모가 최대 480일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기간 동안 남성과 여성이 자유롭게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부모가 자녀의 병원 방문이나 돌봄이 필요한 경우 유연 근무제를 통해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스웨덴의 여성들은 경력 단절 없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으며, 이는 높은 여성 경제 참여율로 이어졌다. 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은 유럽에서 상위권에 속하며, 이러한 유연 근무제도는 직장 내 성평등에도 기여하고 있다.
독일은 유연 근무제의 일환으로 텔레워크(재택근무)와 파트타임 근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특히, 육아를 해야 하는 여성들이 파트타임 근무를 통해 경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독일의 파트타임 근무제는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여성들이 자녀 양육과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의 유연 근무제는 여성들의 노동 시장 참여율을 높이고, 경력 단절을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파트타임 근무와 텔레워크는 여성들이 자녀를 돌보면서도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었고, 독일의 여성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파트타임 근무를 매우 보편화한 나라 중 하나다. 네덜란드에서는 전체 노동 인구의 상당수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들의 경우 파트타임 근무가 일반적이다. 법적으로도 파트타임 근로자들이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권리를 가지도록 보호하고 있다. 여성들은 주당 근무 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가정과 직장 생활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파트타임 근무 문화는 네덜란드에서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과 경력 유지를 돕고 있다. 파트타임 근무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자녀 양육과 사회생활을 병행하며, 이는 높은 여성 고용률과 노동 시장에서의 성평등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유연 근무제가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병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의 비율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만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 뿐만 아니라 사교육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두 번째, 보육 및 돌봄 서비스의 확대와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보육 시설의 부족과 돌봄 서비스의 질적 문제는 자녀를 둔 여성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육 시설의 운영 시간은 부모의 근무 시간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서비스의 질적 문제가 자녀의 안전과 발달에 대한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나 역시 돌봄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 출산 후,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니기 위해서는 운전면허를 꼭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2주 동안 돌봄서비스를 신청해 이용한 적이 있다.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 도움을 받았지만 문제는 갑작스럽게 일정 조정을 해야 했을 때였다. 이런 경우, 긴급돌봄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미 예약이 꽉 차거나 돌보미의 일정이 안 돼 구하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연결된 돌보미가 경력이 짧거나 전문적이지 못해 석연치 않았을 때도 솔직히 있었다.
비용도 저렴한 편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2024년 기준으로, 시간제 서비스의 경우 시간당 11,000원에서 14,000원 정도가 소요되며, 종일제 서비스는 하루 9시간 기준 약 9만 원에서 11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이 비용 중 일부는 정부 지원으로 충당되지만 적은 비용은 아니다.
덴마크에서는 자녀 보육과 관련해서 평균적으로 부부가 25%를 내고, 나머지 75%는 정부가 부담한다고 한다. 물론 덴마크가 고세율 고복지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위기 상태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최고 50%를 넘지 않는 보육료 지원 비율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세 번째, 성평등한 직장 문화 조성해야 한다. 직장 내 성차별과 유리천장은 여성들이 경력 발전에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성평등한 직장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여성들이 공정하게 평가받고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가정에서의 양육 부담이 여성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성평등한 인사 정책을 강화하고, 남성 직원들도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성차별적인 관행을 없애기 위한 교육과 정책도 강화되어야 한다.
서울에서 맞벌이를 하며 자녀를 키우면서 나는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과 유연근무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기업문화가 여성의 가사노동 비중을 더 높인다는 것을 항상 느끼고 있다. 직종에 따라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나의 남편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고, 근무 시간 외 회식 및 초과근무 양이 승진 여부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는지라 가정에 충실하고 싶어도 가정을 떠나있어야만 하는 딜레마로 괴로워한다. 본인도 괴롭겠지만 아직도 그런 보수적인 문화를 바꾸지 않는 기업으로 인해 다른 한쪽에서는 여성들이 과중한 가사노동으로 괴로워 하고 있다. 여성들 역시 빡빡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나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 대한 육아휴직, 유연 근무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국가가 기업을 대상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2018년 삼성전자는 육아휴직과 관련하여 법적 의무를 위반한 사례가 보도되었다. 삼성전자는 일부 근로자들에게 육아휴직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휴직 후 복직 문제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고, 관련 법규를 준수하도록 요구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육아휴직 및 복직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또한, 육아휴직 관련 근로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추가적인 교육과 시스템 개선이 진행되었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2019년 대한항공은 유연근무제와 관련된 법적 의무를 위반한 사례가 있었다. 대한항공은 일부 직원에게 유연근무제 신청을 거부하거나, 제도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대한항공에 대해 조사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은 유연근무제와 관련된 내부 규정을 재정비하고, 제도를 보다 철저히 시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인 경우다.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에서 성평등한 직장문화가 조성되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많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해 육아휴직 및 유연근무제 도입을 장려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직원의 급여 일부를 지원하거나,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추가 비용을 보전해주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또,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잘 준수한 중소기업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여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 제공 기업에 대해 세액 공제를 해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육아휴직 및 유연근무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중소기업에게 정부 인증 또는 인증 마크를 부여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해줄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한국 통계청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대기업 및 공기업에 재직 중인 가구의 출산율이 중소기업에 비해 높은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부부의 평균 출산율은 중소기업에 비해 약 0.5명에서 1명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즉, 대기업 및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가구는 평균적으로 1.21.5명의 자녀를 두는 반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가구는 평균 1.01.2명 정도의 자녀를 두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2023년 통계청의 '2022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층의 약 70%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이 훨씬 많다. 대기업, 공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육아휴직제도, 유연근무제도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아이를 낳는 데 있어 여성의 의지는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문화도 기업도 아직도 여성에게 빡빡한 면이 많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2023년 통계청의 ‘2022년 시간 사용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하루 평균 약 3~4시간의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하루 평균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가사노동을 수행한다고 한다.
내 주변에는 아이 낳기가 무섭다는 여성 후배들이 많다. 그래서 자녀를 낳지 않기로 약속하고, 결혼한 여성 후배들도 있다. 언제쯤 우리나라에서 아이 낳는 것이 무섭지 않을 수 있을까. 안타까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