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이 낳기가 무서운 이유_7
대한민국 여성의 초혼 연령이 서른 살을 넘은 지 오래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약 31.3세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은 어떨까? 2023년 기준 33.7세라고 한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내가 체감하기에는 남성의 결혼 연령이 보통 34~40세인 것 같다. 때로는 나이 마흔의 새신부를 만나기도 한다. 왜 이렇게 결혼 연령이 늦춰졌을까? 경제적인 준비를 하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크지만 개인주의와 자아실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늦추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 예로 효진(가명)은 5년 연애 끝에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회사에서 1년간의 해외 연수 기회를 제안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는 효진의 커리어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결혼과 연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효진은 고민에 빠졌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이 꿈이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경력 발전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남자친구는 효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눈빛에서 실망감을 읽을 수 있었다. 효진은 밤새 고민했다. 결혼과 자아실현 사이에서 자신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지,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잃게 될 것은 무엇일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위의 사례는 내가 아는 실제 사례다. 결국 그녀는 해외연수를 떠났다. 비단 여성뿐 아니다. 부부 모두가 자기계발과 개인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해 출산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아래 사례처럼 말이다.
정환(가명)과 미소(가명)는 3년 전 결혼했지만, 아직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 둘 다 30대 초반의 직장인인 이들은 자기계발과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정환은 주말마다 영어 학원에 다니며 국제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이고, 미소는 퇴근 후 그림 그리기 취미를 즐기며 작은 전시회를 꿈꾸고 있다.
그들은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새로운 레스토랑을 탐방하는 등 둘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지금은 우리 각자의 꿈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말하는 이들은, 출산은 몇 년 후 서로의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뒤에 고려해 보기로 했다.
출산을 미루기도 하지만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는 부부도 늘고 있다. 아래의 사례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사례다.
수진(가명)은 첫 데이트에서 준형(가명)에게 "나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출산하면 경력단절은 물론이고 삶의 질도 떨어지더라"고 말했다. 준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이었어. 아이를 키우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것보다 둘이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아"라고 동의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가치관이 일치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앞으로 딩크족으로 살아갈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결혼 후에도 각자의 커리어를 발전시키며,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삶을 꿈꿨다. 수진과 준형은 가족과 친구들의 "언제 아이를 가질 거냐"는 질문에 당당히 "우리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어"라고 대답하기로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을 결혼 후에 딩크족의 삶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개인주의와 자아실현의 욕구가 높아진 이상 ‘결혼했으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지’, ‘언제 아이 낳을거냐’라는 식으로 젊은 부부를 압박을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거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식의 논리는 더욱 좋지 않다. 그것보다 오히려 성공적으로 자아실현과 육아를 병행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출산이 자아실현과 개인 생활과 대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러니 부디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그런 성공적인 사례를 많이 나오는 사회부터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