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피디의 이븐한 음악일기 #2 - 함중아 '내게도 사랑이'
오로지 당신뿐이었던 그리움의 미학 - 함중아 '내게도 사랑이'
천피디의 이븐한 음악일기 #2 - 뽕락 개척자가 남긴 진심, 함중아 '내게도 사랑이'
MZ라디오 PD인 나도 한때는 에스파, 아이브, 지드래곤, 제니, 뉴진스 노래를 계속 듣고 선곡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주청취자가 40~60대인 프로그램을 계속 맡게 되면서 7080가요를 많이 찾아 틀어야 했다. 하지만 원래 내 귀가 아버지가 듣던 트로트와 가요로 트인 덕분에 이질감은 없었다. 오히려 아리따운 에스파, 아이브 친구들을 뒤로하고 내 호기심은 자꾸만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뒤로 뒤로 후진하다 관심이 생기면 정차했다. 깜빡이를 키고,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시대는 어떤 시대인지, 이런 노래는 누가 만들었는지 두리번거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골라낸 MZ라디오PD의 이븐한 음악 일기 첫 번째 곡, 조용필을 부러워했던 기타리스트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다.
[함중아 - 내게도 사랑이]
https://www.youtube.com/watch?v=ogUs-NPb5Ag
그 특별한 비음의 정체
MZ세대라고 하는 나이 구간(1980년~2000년대초반)에 내가 센터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서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했을 때, 조성모의 앨범이 공전의 히트를 칠 때였다.
그런데 조성모의 노래들보다 훨씬 이전에 나온 이 곡은 어쩐지 익숙했다.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그렇게 자료조사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목소리를 왜 저렇게 내지?"였다. 일부러 콧소리를 내는 듯한 비음이 섞인 목소리... 의심이 많은 나는 이분이 평상시 말을 할 때도 저런 비음이 나는 걸까 궁금해서 생전에 방송 출연하신 동영상도 찾아봤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실 때도 살짝 비음이셨다. 연출이 아니었구나... 이게 뭐라고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게 됐다.
신중현의 제자에서 뽕락의 개척자까지
가수 함중아는 신중현의 영향을 받아 가요계에 진입하며, 신중현이 만든 골든 그레입스에서 활동하다가 자신이 만든 함중아와 양키스 등 여러 밴드를 거쳐 1979년 트로트 락, 일명 뽕락 장르로 인기를 얻었다. 1978년 첫 앨범을 발표한 그는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하며 록 음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의 대표곡인 '내게도 사랑이'는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솔로 앨범에 재수록된 후 큰 인기를 끌었다.
여담이지만 함중아가 가수로 데뷔하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최고의 기타리스트를 꿈꾸던 그가 보컬로 전향하게 만든 인물은 바로 '가수 조용필'이었다. 조용필이 무명이었을 때 함중아가 밤무대에서 한 달 정도 함께 일을 했는데, 팝과 일본 노래를 원곡 가수보다 더 잘 부르는 조용필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껴 함중아도 보컬의 길로 나섰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 불렀으면 기타리스트가 보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을까? 후에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가 될 조용필의 실력이 이미 그때부터 남달랐던 것이다.
전자 오르간이 만드는 마법, 그리고 잊지 못할 그리움
함중아와 양키스 버전의 "내게도 사랑이"는 도입부 전자 오르간 소리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노래가 담고 있는 감정의 깊이가 마음을 흔든다. 사랑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오로지 당신뿐이라는, 그런 진심의 기억을 가진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다.
이미 떠나간 사람을 향한 그리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마음을 함중아는 특유의 비음에 실어 노래했다. "긴 세월 흘러서 가고 그 시절 생각이 나면"이라는 가사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그리움의 울림이다.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노래 전체를 감싸고 있다.
시대를 넘나드는 세련됨과 기다림의 미학
폐암 투병 끝에 2019년 별세하여 이제는 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가수 함중아. 그의 특별한 비음과 함께 1970년대의 뽕락이 주는 묘한 중독성을 이제 나도 알게 됐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오로지 당신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마음을,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그 이름을, 함중아가 목소리에 담아 전해줬다. 그것이 바로 이 노래가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