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 담임이 상기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자, 이번 시험 결과가 나왔다. 손미나 일어나."
미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벌 받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나가 이번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을 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손미나가?"
“와, 진짜 대박이다"
"반장은? 반장보다 잘 봤다고?"
담임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미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멀리서 반장이 차가운 눈빛으로 미나를 바라봤다.
"자, 미나. '갑자기'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좀 말해 줄 수 있겠니?"
담임은 '갑자기'라는 단어에 유독 힘을 주어 말했다. 미나는 담임이 뭔가 의심스러워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된 건지 미나 역시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상한 할머니가 준 노트에 쓰면 모든 게 현실이 되었다. 미나는 어젯밤 가채점을 한 시험지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이게 혹시 꿈이 아닐까 몇 번이나 팔과 볼을 꼬집어 보았다. 하지만 꼬집을 때마다 아픔은 고스란히 미나에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분명한 현실이고, 그 노트가 ‘진짜’ 쓰는 대로 이루어지는 노트라는 걸.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없었다. 미나를 괴롭히던 최수빈이 사라지고, 아빠는 승진을 했다. 미나는 전교 1등을 했고, 밋밋하게 느껴졌던 외모도 사람들이 예쁘다고 말할 정도로 달라졌다. 현실은 꿈같이 바뀌고 있었다.
”어머! 미나야, 이게 무슨 일이니,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니지?“
엄마는 기절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할 만큼 소리를 치며 놀랐다. 몇 번이나 성적표를 보던 미나의 엄마는 급기야 거실 벽에 미나의 성적표를 액자에 넣어 걸어놨다. 그러면서 진작 학원에 보냈어야 됐다면서, 이렇게 뒷바라지를 하면 얼마든지 달라졌을 텐데, 그동안 뒷받침이 부족했던 거라며 아빠를 무안하게 했다. 미나는 어쩐지 거실 한 켠에 붙어있는 그 성적표가 불편해 거실을 더 빨리 지나다녔다.
”미나야, 과학시간에 우리랑 같은 조 할래?“
이제 미나는 예전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조를 짜서 하는 활동을 할 때 미나와 함께 하길 원했다. 별것 아닌 미나의 말도 의미 있게 듣기 시작했다. 미나를 보고 예쁘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학교에 들어서면 아이들이 먼저 미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거 알아? 이준수가 손미나 좋아한대"
"어쩐지 나 이준수가 손미나한테 뭐 주는 거 본 적 있는데"
어떤 아이들은 준수가 미나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준수는 미나와 공동 전교 1등이었다.
미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도 생겼다. 심지어 최수빈 무리의 정지소까지.
"있잖아. 내가 지난 번에 네 물건 마음대로 빌려간 거 정말 미안해"
정지소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와 말했다.
"......"
"그때는 최수빈이 하도 너 괴롭히라고 해서...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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