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빈 걔, 너한테 차인 거 들킨 게 창피해서 그런 거네"
편의점 파라솔 밑으로 더운 바람이 순간 훅 몰려왔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린이가 걱정스러운 듯 미나를 보며 말했다.
"걔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했잖아. 얼굴 예쁘다고. 걔가 남자애랑 커플룩 찍어서 한번 올릴 때마다 좋아요가 기본 백개야. 어디서 협찬도 한다던데"
최수빈이 무릎을 꿇고 울며 한 말이 떠올랐다.
'어제도 사진 찍어 올렸는데 갑자기 이러면 어떻게 해....'
"봐봐"
어떻게 찾았는지 채린이 보여준 최수빈의 SNS는 화려했다. 티셔츠, 신발, 메이크업 방법까지. 남자친구와 찍은 듯한 커플룩 사진도 있었다. 모두 목 아래만 있는 사진들이었다. "남자 친구 얼굴 사진 왜 다 내림?"라는 최신 댓글에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너 앞으로 그냥 쉬는 시간에는 우리 반에 와. 나랑 놀아"
채린이 말했다.
"됐거든. 거기까지 갔다 오는 데만 5분 걸려"
채린은 1반, 미나는 6반 끝에서 끝이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나는 그렇게 말해주는 채린이에게 고마웠다. 채린은 대수롭지 않은 듯 이어 말했다.
"내 말은 굳이 부딪히면서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거지.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우리 엄마가 맨날 그러더니. 진상은 굳이 상대를 안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오랫동안 장사를 하신 채린 엄마의 얼굴이 스쳐갔다.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 학원 늦었다. 나 갈게"
채린이 서둘러 가방을 둘러맸다. 결국 수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채린이었다.
"내일 봐.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언니가 있잖아. 손미나"
먹다 만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채린은 싱긋 웃었다.
"뭐래. 내가 너보다 생일도 빠르거든"
미나는 피식 웃으며 채린에게 손을 흔들었다. 멀어지는 채린을 보던 미나는 집 근처 도서관으로 향했다. 혼자 수학 공부를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다 결국 소설만 읽다 오겠지만.
그렇게 걷고 있는데 익숙한 무리가 보였다. 최수빈 무리였다. 최수빈은 항상 여자아이 두 명과 함께였다. 정지수, 문혜지. 둘 다 예쁘장한 아이들이었다. 모두 예쁜 얼굴이었지만 어쩐지 자기들끼리 서열을 정한 듯 늘 최수빈의 들러리를 서는 애들이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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