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야, 잠깐만."
점심시간, 교실을 나가려던 미나를 반장이 불렀다. 반장의 안경 너머로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눈빛이 반짝였다.
"응? 왜?"
"저기. 다음 주 전국 모의고사 있잖아. 선생님이 우리 반 평균 올리려고 신경 많이 쓰시는 거 알지?"
"어. 응."
"그래서 말인데, 네가 요즘 성적이 많이 올랐으니까. 혹시 수학 20번 문제 좀 봐줄 수 있어? 나도 풀다가 막혀서."
반장이 문제집을 펼쳐 보였다. 미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나도 잘."
"어? 근데 너 지난번에 이런 유형 다 맞았잖아. 선생님이 칭찬하셨는데."
반장의 눈빛에 의아함이 스쳤다. 미나는 문제를 들여다봤다. 숫자들과 기호들이 눈앞에서 어지럽게 흩어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이건. 음."
미나가 말을 더듬자, 반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괜찮아? 어려우면 다른 문제라도."
"아니, 나 지금 좀 급해서. 나중에 볼게."
미나는 급히 자리를 떠났다. 뒤에서 반장이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듣지! 않았다. 화장실로 향하는 미나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당혹스러운 순간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음날 수학 시간. 담임 선생님이 칠판에 문제를 적으며 말했다.
"자, 이번 문제는. 손미나, 나와서 풀어볼까?"
미나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교실 안 모든 시선이 미나에게 쏠렸다.
"저. 선생님."
"괜찮아, 천천히 해봐."
선생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왠지 시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나는 어쩔 수 없이 칠판 앞으로 걸어갔다.
분필을 쥔 손이 떨렸다. 문제를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뒤에서 아이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못 풀어?"
"원래 잘했잖아."
"진짜 이상하다."
"...어렵구나. 앉아도 돼. 반장, 네가 나와서 풀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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