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미나는 다시 예전처럼 별다를 것 없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사실 훨씬 더 행복했다. 그리고 채린이가 다니는 수학학원을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엄마의 편의점 알바 덕분이었다.
"아... 왜 이렇게 시험이 자주 돌아오냐. 엄마가 이번에는 수학 점수 좀 높여보라고 하시는데 내 맘대로 되냐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6월 말, 학원으로 향하는 길에서 채린이 터벅터벅 걸으며 애꿎은 가방끈을 잡아끌며 말했다. 뜨거운 햇살이 아스팔트를 달구고 있었고, 두 사람은 벌써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그래도 너는 80점은 넘으니까 그러시지 않을까. 우리 엄마는 나한테 제발 반만 맞아보라고 해.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문과야. 수학은 정말 모르겠어"
미나의 입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수학 교과서를 보며 벽을 느낄 때마다 미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는 아무래도 이과 머리는 아닌 것 같아. 일찍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진작에 수학학원을 보냈어야 하는데, 승진을 하든 회사를 옮기든 아빠 월급이 적어서 못했다는 말이었다. 그러다 보니 미나는 언제부터인가 성적에 관해서는 엄마에게 입을 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어떻게든 대타까지 뛰어가며 미나를 뒷바라지하려는 엄마를 보면 포기하기도 어려웠다.
"야, 쟤네 최수빈 친구들 아니야?"
갑자기 채린이가 미나의 팔을 치며 속삭였다. 저 멀리 정지수와 문혜지가 보였다. 두 사람은 그늘진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었고, 정지수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미나는 어쩐지 정지수가 최수빈이 사라진 후로 더 밝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정지수와 문혜지가 미나를 봤다. 미나는 순간 긴장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미나에게 관심이 없었던 정지수와 문혜지였다. 그리고 미나 옆에는 채린이가 있었다. 친자매보다 더 끈끈한 죽마고우가.
그런데 미나를 본 정지수가 문혜지에게 뭔가 속삭이더니 벤치에서 일어나 미나에게 다가왔다.
"손미나."
정지수가 다가오자 채린이 미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뭔데?"
잠깐 움찔한 듯한 정지수가 미나를 보며 말했다.
"... 미안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