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아침 일찍 일어난 미나의 핸드폰에 누군가의 톡이 떴다. 해나였다.
"미나, 안녕. 준수한테 물어봤어?"
미나는 휴대폰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곽해나였다. 해나는 요즘 미나에게 계속 같이 뭔가를 하자고 했다. 토론 대회를 나가자, 독서 모임을 하자. 그런데 언제부턴가 해나가 준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준수 공부 잘하더라", "준수 발표 잘하더라" 정도였는데, 어느새 "준수가 좋아하는 과목이 뭐야?", "준수는 주말에 뭐 해?" 같은 질문들로 바뀌어 있었다.
어제도 그랬다. 하교 길에 미나를 기다린 듯 해나가 미나의 반 앞에 서 있었다.
"미나야, 지난 번에 토론 대회 나가기로 한 거 준수가 한대?"
해나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준수 이름을 말할 때마다 그랬다.
"준수? 어어....근데 아직“
해나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얼른 말을 이었다.
"네가 준수랑 친하잖아. 준수한테 이야기 좀 잘 해봐”
미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준수랑 친하다고? 사실 그저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일뿐인데. 미나는 준수 앞에 서면 자꾸만 작아졌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본 준수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미나의 생각에 준수는 거짓말투성이인 미나와 함께 무엇을 하는 게 어울리지 않았다.
"미나야?"
"아... 응. 물어볼게."
해나가 이번에는 꼭 말하라는 말과 함께 손을 흔들며 떠났다. 하지만 그 후에도 미나는 준수에게 물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있잖아. 해나야. 혹시 네가 준수에게 직접 물어보면 어떨.......”
미나는 해나에게 그렇게 메시지를 써서 보내려다가 다시 핸드폰 화면을 꺼버렸다.
학교에 가는 길, 미나는 계속 가방 끈을 만지작거렸다. 어젯밤 꿈이 떠올랐다.
어제 꿈속에서 최수빈이 나타났다. 병실 침대에 누워 있던 수빈이 눈을 뜨더니 미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네가 그랬지?"
수빈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미나는 꿈에서 뛰쳐나가려 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수빈이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에는 핏줄이 서 있었다.
"너만 잘 되면 되는 거야?"
수빈이 미나를 향해 걸어왔다. 미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미나야!"
엄마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미나는 깨어났다.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런 꿈이 이제 며칠째였다. 처음에는 희미했는데,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교실에 들어서자 반 아이들 몇몇이 미나를 봤다.
"미나야, 어제 문제 풀어봤어? 나 3번 문제 모르겠던데."
"미나야, 기말고사 범위 어디까지래?"
"미나야, 이따 점심 먹고 같이 공부 좀 해줘."
미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전교 1등을 한 이후로 이런 일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이 자기를 찾았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푼 게 아닌데...'
미나는 자리에 앉아 가방을 열었다. 노트를 확인하려다가 멈췄다. 교실에서는 안 된다. 누가 볼지 모른다.
수업 시간 내내 미나는 집중할 수 없었다. 자꾸 가방 쪽으로 손이 갔다. 노트가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미나는 조심스럽게 가방 지퍼를 열었다. 노트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있었다. 미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미나야"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미나가 고개를 들었다. 최수빈의 절친 정지소였다.
"어?"
"아까 담임 선생님이 너 찾으시는 것 같던데"
"어? 그래. 아까 아침에는 아무 말씀 없으시던데..."
"아니야. 아까 너 찾으시더라고. 교무실에 한번 가봐"
정지소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높았다. 지금까지 담임 선생님이 따로 부르신 일은 없었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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