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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돌아온 구멍가게

미나의 노트

by 꼬르륵

어디로 갈지 생각지도 않은 채 미나는 무작정 달렸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딜 가도 등교시간에 맞춰 학교로 향하는 교복입은 아이들이 나타났다. 어떻게든 인적이 없는 골목길을 찾으려 뛰어들어간 곳에 누군가 미나를 뒤따라오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손미나! 야!"

헉헉대며 뒤따라오던 한 아이가 멈춰 선 미나 앞으로 더 가까워졌다. 채린이었다.

"너 학교 가는 시간에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따라오다가 죽는 줄 알았네."

채린은 거의 쓰러질 듯이 숨을 가쁘게 들이쉬며 미나를 바라봤다. 채린의 앞머리가 땀에 젖어 있었다.

놀란 것도 잠시 채린의 얼굴을 보자 미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이처럼.

"으앙.........................."

언제나 미나는 결국 채린 앞에서 모든 것이 무너지곤 했다. 엄마아빠가 싸워서 속상할 때도, 성적이 좋지 않아서 우울할 때도. 그건 채린도 마찬가지였다. 채린은 이제는 체념한 듯 주저앉은 미나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너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채린의 말에 미나는 그동안의 불안함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미나는 이 짐을 이제는 좀 내려놓고 싶었다.

"나 있잖아. 요즘 이상한 일이 있었어...."

미나는 채린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갖게 된 노란 노트, 그리고 그 노트에 쓰기만 하면 이뤄지던 일들. 갑자기 오른 시험 성적과 아버지의 승진, 그리고 달라진 외모, 무엇보다 깨어나지 못하는 최수빈까지. 그리고 계속되는 악몽, 사라진 노트까지. 채린은 미나의 말을 듣는 내내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미나의 모든 말을 들은 채린은 급기야 미나에게 물었다.

"손미나, 오늘 몇 월 몇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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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들풀 같으나 은근히 강한 사람,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대화를 배우는 사람, 라디오와 음악으로 기쁨과 위로를 주고 싶은 사람 입니다. 건강하고 무해한 글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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