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지 생각하지도 않은 채 미나는 무작정 달렸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딜 가도 등교시간에 맞춰 학교로 향하는 교복 입은 아이들이 나타났다. 어떻게든 인적이 없는 골목길을 찾으려 뛰어들어간 곳에서 누군가 미나를 뒤따라오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손미나! 야! 거기 서!"
헉헉대며 뒤따라오던 한 아이가 멈춰 선 미나 앞으로 더 가까워졌다. 채린이었다.
"너 학교 가는 시간에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따라오다가 죽는 줄 알았네."
채린은 거의 쓰러질 듯이 숨을 가쁘게 들이쉬며 미나를 바라봤다. 채린의 앞머리가 땀에 젖어 있었다.
놀란 것도 잠시, 채린의 얼굴을 보자 미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이처럼.
"으앙.........................."
언제나 미나는 결국 채린 앞에서 모든 것이 무너지곤 했다. 엄마 아빠가 싸워서 속상할 때도, 성적이 좋지 않아서 우울할 때도. 그건 채린도 마찬가지였다. 채린은 이제는 체념한 듯 주저앉은 미나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너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채린의 말에 미나는 그동안의 불안함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미나는 이 짐을 이제는 좀 내려놓고 싶었다.
"나 있잖아. 요즘 이상한 일이 있었어...."
미나는 채린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갖게 된 노란 노트, 그리고 그 노트에 쓰기만 하면 이뤄지던 일들. 갑자기 오른 시험 성적과 아버지의 승진, 그리고 달라진 외모, 무엇보다 깨어나지 못하는 최수빈까지. 그리고 계속되는 악몽, 사라진 노트, 그리고 일주일 동안 지소를 관찰하며 발견한 이상한 점들까지.
채린은 미나의 말을 듣는 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손미나, 너 무슨 판타지 소설 쓰니?"
"진짜라니까. 지소 봤잖아. 갑자기 인기 많아지고, 캐스팅도 받고. 그게 다 노트 때문이야."
"그건 그냥... 지소가 원래 예쁘잖아. 요즘 좀 꾸미기 시작한 것 같던데."
"아니야! 나도 똑같았거든. 노트에 쓰자마자 갑자기 달라졌어. 지소도 분명히 노트를 쓰고 있는 거야."
채린이 한숨을 쉬었다.
"그럼 네가 갑자기 전교 1등을 한 게 그 노트 때문이었다고?"
"응."
채린이 급하게 가방 안에서 수학 문제집을 꺼내더니 미나의 앞에 내밀었다.
"그럼 이거 풀어봐. 지난 중간고사 때 나왔던 문제야."
채린이 내민 수학 문제는 전교 1등을 한 미나라면 당연히 풀 수밖에 없는 가장 기초적인 문제였다. 미나는 문제를 한참 들여다봤지만 도무지 풀 수가 없었다.
"응. 나 이거 풀 줄 몰라."
"진짜?"
"응."
채린은 잠시 말이 없었다. 미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 혹시 요즘 잠을 못 자? 왜 잠을 못 자다 보면 사람이 헛것도 보고 헛생각이 들고 막 그런다던데..."
미나는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채린아 내가 요즘 최수빈 악몽을 꾸긴 하지만 다른 때는 다 잘 자고, 나는 정상이야. 내 이야기가 믿기 힘든 건 알겠는데...이런 내가 갑자기 전교 1등 한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노트 때문이었다고."
그제야 채린은 그 전보다 누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나도 놀라긴 했지. 네가 그렇게 공부를 안 하는데..."
채린은 미나처럼 바닥에 아예 털썩 앉아버렸다. 그리고 한참을 말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햇볕이 점점 따가워졌다. 미나는 채린이 끝까지 믿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싶었다. 미나여도 쉽게 믿지 못할 이야기였다.
그때였다. 채린이 갑자기 가방을 둘러매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미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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