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에세이 Chapter.2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어느 날, 청취자들에게 건넨 질문이었다. 취지는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소확행이 유행이라더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인데, 나를 위한 작지만 큰 감동이 있는 소비, 취미, 여가를 말하는 거더라. 여러분 자신을 위한 소확행, 무엇이 있는지 나눠주세요. 같이 행복해요.' 이런 거였다.
DJ의 멘트가 끝난 지 얼마 안 돼 청취자들의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는 아내 몰래 숨겨놓은 비상금을 몰래 보는 게 소확행입니다. 솔직히 마땅히 쓸 데는 없는 데...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ㅋㅋㅋ"라는 중년 아저씨의 귀여운 고백부터 "인형 뽑기", "새 볼펜 사기",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기", "갓 지은 밥 푸기" 등 갖가지 소확행들이 문장을 채웠다. 그리고 그런 문자를 보고 있자니 나까지 몽글몽글해 지는 기분이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나는 내게도 그런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화장대 귀걸이 걸이대에 주렁주렁 달린 귀걸이를 보며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을 만끽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뒹굴다 찌그러지고, 끊어지고 하는 바람에 이제 내 몸의 목걸이, 팔찌, 발찌 등 금붙이와 장신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귀걸이를 하지 않은 지도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위해 부리는 소소한 사치를 꼽자면 '커피 & 차'와 '디퓨저', 그리고 '플리마켓 쇼핑'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는 산미가 있어서 밝고 경쾌한 느낌이 드는 커피다. 유난히 준비물이 많았던 아이들을 무사히 등원시킨 날, 토라진 아이를 가까스로 달래서 버스를 태운 날, 그런 날이면 나는 잠시 조용한 곳에서 내게 평소와 다른 맛의 커피나 차를 선물한다.
기분 좋게 일을 마치고 한 잔의 차를 마신다 차의 거품에 사랑스러운 나의 얼굴이 수없이 비친다 어떻게든, 된다 다자이 오사무 에세이, 『잎』
저 시처럼 몇 분만이라도 그러고 있으면 평화가 찾아온다. 그러곤 피식 웃는다.
커피 못지않게 '향'도 나를 즐겁게 한다.
얼마 전부터 집에 꾸준히 손님을 맞을 일이 생기면서 나는 집 안 향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집 앞 골목 꽃집에서 노란 튤립을 사기도 하고, 장미를 사서 거실에 꽂아두었다. 그러면 첫째 딸이 "엄마, 어떻게 이렇게 예쁜 걸 가져올 생각을 했어?"라고 깜찍한 말을 한다. 그런데 언젠가 남편이 내게 'plant killer'라고 놀린 것처럼 얼마 가지 않아 시들시들해지는 식물들을 보자니, 진짜 내가 'plant killer'인가 싶다. 그러다 떠올린 게 디퓨저다. 시들어가는 꽃을 보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고, 향도 좋다. 얼마 전에는 화장실에 캔디 향 디퓨저를 놓았더니 화장실을 오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마지막으로, 나의 소확행은 '플리마켓 쇼핑'이다.
예상치 않은 녹음 스케줄로 휴일이 된 날, 하늘이 높고 습도도 딱 좋을 때 무작정 골목을 걸어다닌다. 그러다 보면 어김 없이 플리마켓이 있다. 아기자기한 자개 귀걸이부터 작은 실반지, 잠옷과 앞치마, 몸 빼바지까지. 알록달록한 그곳을 지나다 보면, 하다못해 손수건 하나라도 살 수밖에 없다.
몇천 원짜리지만 알록달록한 물건 하나가 주는 행복감이란.
사실 여기에 더해 내가 누리고 싶은 소확행은 '네일아트'다. 그런데 아이 둘을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네일아트'는 결코 소소하지 않은 비용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가끔 생각한다. 이번 달에는 한 번 가볼까, 어떤 색으로 해볼까. 가지런히 알록달록 정돈된 손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아찔해진다. 가끔은 그런 사치를 부려봐도 괜찮지 않을까. 소소하지만 이런 행복들이 워킹맘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주 작은 거라도, 나를 위한 작은 행복을 찾아보자. 그것만으로도 오늘이 조금 더 특별해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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