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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꼬르륵 Oct 18. 2022

꼴랑 1XX만원 주면서 이 고생을 시키나!

나한테는 꼴랑이 아닌데

꼴랑 1XX만원 주면서 이 고생을 시키나!

남편과의 말다툼 후 어머님의 한마디

모른 척하던 며느리도 듣게 된 그 말

아직도 마음이 서릿, 나한테는 꼴랑이 아닌데...


의미 있었지만 어머님과 자주 깨던 둘째와 무조건 자기를 안으라는 첫째를 한집에서 보던 그 시절은 다시 돌아가라면 못하겠다. 어머니와 내 얼굴은 잠을 못 자고 허옇게 뜬 상태였고 남편은 퇴근 후 마주한 어머니와 나의 상태를 보아하니 본인이 육아를 더 해야 하긴 하겠는데 회사는 이직한 지 얼마 안 됐고, 잔업은 남아있고.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모두 다 예민하고, 모두 다 지쳐있을 때였다.


그런데  남편의 외벌이 월급과 나의 육아휴직수당으로 두 아이와 어른 셋의 생활비를 다 충당하는 것이 빠듯했다. 거기다 어머님께는 따로 급여 차원의 용돈까지 드리고 있던 터라 기존에 모아둔 적금을 깨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서울살이 하면서 나중에 더 나은 곳으로 이사를 가려면 돈은 계속 모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머님의 급여를 줄여도 모으기는커녕 마이너스를 겨우 면하는 상태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고민 끝에 어머님께 양해를 구하고 내가 복직하기 전까지만 어머님께 드리던 용돈의 금액을 줄이기로 했다.


돈 문제는 다소 껄끄럽고, 감정이 상할 수도 있는 문제라 남편이 어머님께 말씀드리기로 했다.


부모님들과의 대화에서 남편과 내가 모두 공감한 부분이 있는데 좋은 이야기는 사위와 며느리가 하고, 곤란한 이야기는 아들과 딸이 직접 하는 게 낫겠다는 것이었다. 가급적 부모님들과 사위, 며느리가 좋은 관계를 갖게 하자는 취지였다. 아무래도 좋은 소식만 들고 오는 사람이 더 반가울 테니 말이다.


그리고 당신의 용돈이 주는 것에 대해 어머님께서 우리 상황을 다 이해하시고, 오히려 당신 때문에 우리가 팍팍할까 미안해하셨다고 남편은 내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얼핏


"느그 시아버지가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저렇게 일을 하고 있으니까 괜찮에요~. 부담 갖지 말아"


라고 하시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아이들이 좀처럼 잘 생각을 하지 않고 거실을 누비고 다녔다. 밤 11시가 넘도록 거실에서 아이들의 질주 레이스는 멈추지 않았고, 첫째를 따라 신나게 기어 다니던 둘째가 잠이 오는지 잠투정을 시작했다. 둘째는 한번 잠투정이 시작되면 심할 땐 30분을 넘게 울기도 했다.


나는 정말 일어날 힘이 1도 없었다. 그리고 감기몸살 증세인지 몸이 으슬으슬 아팠었다. 내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남편은 알고 있었다. 남편이 작은 방에서 일을 하다 나와서 둘째를 안고 어르는 소리가 났고, 나는 안심했다. 그런데 잠잠해지는 듯하던 둘째가 다시 울기 시작했고, 멀리서 어머니 소리가 났다. 아마도 큰 방에서 누워계신 듯했다.

"아가, 배가 고픈가 보다. 분유 좀 타 줘라~"

그러자 거실에 있던 남편,


"아, 엄마. 내가 아를 안고 어떻게 분유를 타라는 기라. 말로만 하지 말고 좀 인나서 도와주던지!"


급기야 어머님께 짜증을 냈다. 그러자 어머니가 한두 마디 더 하시다가 결국 어머니

"내 새끼가 니 새끼지! 꼴랑 1XX만 원 주면서 이 고생을 시키나!"

라고까지 하셨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다 들었다.


꼴랑 1XX만원. 글쎄. 적어도 나에게는 꼴랑 1XX만원이 아니었다. 남편 월급에서 가족들 생활비, 대출이자 빼고 어머님에 대한 예의와 감사함을 꽉꽉 채워서 정한 금액이었다. 물론 급여라고 하기엔 옹색하지만 시댁에서는 솔직히 그간 우리 집 문제나 남편의 대학원 문제에서 큰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걸 다 아시는 분께서 며느리도 듣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솔직히 지금도 어머님의 발언이 과했다고 생각한다. 설령 아들만 있는 자리였다 해도 돈 가지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아들 내외가 열심히 살면서 앞으로 더 잘아보려고 애쓰는 걸 빤히 보셨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의아하다.


만일 어머님께서 정말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신다면 사실 우리가 어머님의 컨디션을 고려하며 눈치 볼 필요도 없지 않나. 어쨌든 어머님의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건 돈이 적고 많고를 말하기는 너무 매정한 가족의 모두의 일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돈을  안 드리기에는 노동의 강도가 너무 강한 일이다. 그 사이에서 우리 현실을 고려해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한 금액이었다.


그 후, 몇 마디 설전이 있었고 결국 어머님께서 둘째를 데리고 들어가시고 첫째는 내 옆에서 잠들면서 집안은 조용해졌다. 다음날 나는 어머님께서 주말마다 오가시며 지출하는 기름값이 상당하시다는 걸,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보다 장거리 운전이 굉장히 피곤하고 힘드시다는 걸, 그리고 지난밤 어머님도 몸이 안 좋으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고.


참 쉽지 않음을 느끼며 서로를 안쓰러워하며 그 일은 그렇게 지나갔지만 그래도 어머님의 힘듦을 꼭 그렇게 표현하셨어야 했나... 며느리의 마음은 좀 그렇다.


용돈이 이게 뭐니...

돈이 적더라...

그런 이야기 하시는 부모님들 정말 많지 않으시겠지만

그런 마음이 있으셔도 가급적 돈과 관련한 말은 홧김에 하지 말아 주셨면 좋겠다. 정히 이야기하시려거든 시간을 내서 완곡히 말씀해주시면 어떨까.


자식들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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