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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나 Jan 31. 2021

상대평가로 길들여진 엄마의 고민


#1.
학교 시험이 끝나면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운 성적 석차 표가 교실 뒷벽에 붙었다. 당연한 것인  알았다. 드러내 놓고 성적으로 줄을 세웠던 시절이다. 상대평가는 누군가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방법이라 배웠다. 학교 다니는 내내 상대평가로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대학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4학년이 되면 학교마다 배당되는 대형병원 입사원서를   있는 자격도 석차 순으로 정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까지 상대평가에 철저히 길들여 놓더니 어느 나이가 되니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라고 한다. 갑자기?
성적을 비교하듯 연봉을 비교하고, 사는 동네를 비교하고, 학벌을 비교하면 불행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일까? 이미 경쟁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성실히 일할 사람들은  선택했으니  이상 상대평가가 불필요해진 것일까? 경쟁시키기엔 머리가 너무 커버린 사람들이라  먹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만 모르는 그들의 리그가 여전히 진행   것일까?



#2.
요가원  곳을 등록해서 수련 중이다.  곳은 4년째 다니는 프랜차이즈 요가원으로 다양한 종류의 요가와 수업 시간을 선택할  있다. 지점장과 요가 선생님이 자주 바뀌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다른  곳은 10 넘게 한자리에서  사람이 운영하는 풍납동 프라나 요가다.    요가를 처음 배울  잠시 다니다 그만둔 곳이다. 결국 돌고 돌아 5개월  다시 풍납동 프라나 요가원 마이솔 수업을 등록했다.
요가를 시작한  5년이 넘었다. 일반 요가 수업에서는 선생님 리드에 맞춰 거의 모든 아사나를 따라   있다. 가끔씩 타인의 부러운 시선도 받는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는 요가라지만 상대적으로 잘하는 느낌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다른 요가원 마이솔 수업에서는 완전히 입장이 달라진다. 요가 강사들이 주로 수련하러 오는 시간이라 나의 요가는 한없이 작아진다. 누가 봐도 비교될 정도로 나의 수준은 낮다. 4   느낌이 싫어서 그만두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를 살짝 즐긴다. 열등생은 선생님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앞으로 좋아질 것만 남은  모습이 좋다. 땀을 흘리며 열심히 하다 보면 다른 사람보다 못하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몸을 사랑하게 된다. 성장을 꿈꾸며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3.
상대평가의 정점에 있는 고등학생  아들을 엄마로서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녀석은 상대적으로 중상위에 있고,  녀석은 중하위에 있다. 중하위에 있는 아들은 열심히 하는데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는 자신의 공부 능력을 속상해한다. 국어 독해를 공부하면서 자신이 난독증은 아닌지 나에게 묻는다. 수학 공부를 하면서 개념을 아는 것과 응용문제를 푸는 것은 별개라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중학교 공부와는 분명히 다른 수준에 당황해하고 있다. 불안과 조바심으로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가 눈에 보인다. 엄마로서 힘이 되는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다.
무조건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 것이다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그렇게 힘들면 하지 말라는 말이  하고 싶다. 하지만 모든 말을 그냥 삼킨다. 아이가 경험하고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 아이는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 있다. 상대평가로 아이가 상처 받을까 미리 염려하는 엄마의 불안이  큰지도 모른다.
끝없이 상대평가에 길들여져 어른이  , 나이 먹고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롭게  엄마로서 상대평가에 지칠 아들에게 어떻게 힘이   있을까 고민이 된다.

요가에서 상대적 열등감으로 주눅 들지 않는 이유를 떠올려본다. 자신의 성장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도 고등학교 생활이 성장의 시기가 되어야  텐데 쉽지 않다. 상대평가로 길들여진 엄마는 적절한 말과 행동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자꾸 말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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