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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나 Jul 27. 2020

식물과 아이 키우기 공통점 열 가지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파란 하늘은 장맛비가 우리에게 남긴 선물이다. 며칠 동안 한없이 가라앉아 있던 몸과 마음도 조금씩 생기를 찾기 시작한다. 창문을 열어 식물들에게도 오래간만에 가볍고 상큼한 공기를 선물했다. 장마기간에 행여 뿌리라도 상하지 않았을까 세심하게 식물 화분을 들여다보며 몇 가지 생각들이 스쳐간다. 식물 키우기와 아이 키우기 사이에서 경계 없이 오가는 내 생각들을 붙들어 놓고 싶어 재빨리 메모 해 두었다.  


하나, 씨앗을 심어야 하나의 생명을 만나게 된다. 

둘, 처음엔 무진장 기다려야 그 싹을 볼 수 있다. 아이도 혼자 먹고, 싸고, 잠들려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셋, 내가 보기 좋은 곳에 두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햇빛이든 그늘이든 식물이 원하는 장소에 있어야 튼튼하게 잘 자란다. 

넷, 관심이 지나쳐 자주 물 주기를 하면 식물은 숨쉬기 힘들어 곧 죽어버린다. 

다섯, 바람이 통하는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가끔씩 창문을 열어 바람이 지나가게 해 주어야 한다. 아주 추운 겨울에도 필요한 부분이다.

여섯, 뿌리가 썩으면 다시 살려 내기가 정말 힘들다. 

일곱, 첫눈에 화려한 식물보다 끊임없이 성장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식물에 애정이 더 간다. 남들은 모르지만 그렇게 나만의 애정 식물이 생기게 된다.

여덟,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조금씩이라도 끊임없이 자라고 있다. 

아홉, 햇빛, 물, 바람, 영양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면 아주 작은 변화를 보인다. 관심 있는 식물인 만이 그것을 알아챌 수 있다. 

열, 사람들에게 예쁨과 사랑을 받기 위해 식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식물 본연의 모습을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뿐이다. 


아이의 사춘기를 함께 겪어내며 상처 받은 마음은 식물을 키우며 위안을 받을 때도 있었다.  때론, 아이 키우기는 내 맘대로 안 되지만 식물 키우기는 내가 애정을 쏟는 만큼 보여주니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라도 있다며 착각도 했었다. 하지만 식물에 맞지 않게 내 맘대로 키우면 그들도 결코 내 곁에 오래 있어주지 않았다. 식물을 키우며 내가 어떤 부모로 남아야 하는지를 아주 가끔 돌아볼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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