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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재벌샘정 Jul 23. 2021

마약 계란장, 맛 깡패, 이런 표현은 싫습니다

언어가 무의식을 지배하기도 한다

계란을 무지 좋아하는 샘정입니다.

그림 속 운빵 요정이 내밀고 있는 것은 계란입니다.



<손잡아줄게요> 중에서


두 번의 계류 유산 후 7년 만에 힘들게 얻은 둘째 아이가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내게로 오면서

더욱더 먹거리에 신경을 쓰면서 온 샘정.


윤스퐁이 주말에 농사를 짓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요.


산야란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야농장의

수고와 정성의 산물이라 믿고 먹습니다.


정기 배송으로 계란이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계란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요리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내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잡아줄게요> 중에서


가끔은 다른 사람은 어떤 비법이 있나 검색해 볼 때가 있어요.


계란장을 검색하니

그 앞에 한 단어가 붙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마약 계란장


이런 것과 마주할 때마다 드는 생각,

"자신이 먹는 음식 앞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붙어도 정말 괜찮은 걸까?"


동네 산책을 하며 분식집에 붙은 문구를 보며 윤스퐁도 이런 말을 하더군요.


"여기 신고해야 되지 않나?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를 판단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마약 사범은 단속하고 잡아넣는다고 하면서 저런 건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아무렇지 않으면 안 되제."


마약처럼 끊을 수없이 자꾸 손이 가고 먹고 싶은

정말 맛있는 음식이라는 의미겠지만...

굳이 그런 표현을 해야 할까.... 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어요.


언어는 무의식을 지배할 때가 많아요.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마약 핫도그 들로 인해

마약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람들의 무의식은

마약이란 것 자체에 대한 가치 기준이 흐려져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뭘 그렇게까지 까칠하게 따지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란장, 정말 먹음직스럽죠?



계란장


아무리 맛있어도

내가 만들고

내가 먹는

음식 앞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는 않아요.


하루 저녁 냉장고에서 숙성시켰더니 색깔이 달라져 더 먹음직스럽습니다.




반숙의 노른자가 아주 맛나 보이죠?



계란장명란젓덮밥은 언제든 한 그릇 뚝딱입니다.

고소한 들기름, 들기름을 좋아해 직접 농사지은 들깨로 들기름을 짜서 먹는데

계란장 덮밥의 풍미를 더 살려준답니다.




마약 계란장과 함께 생각하게 되는 단어가

맛 깡패, 분위기 깡패, 실물 깡패, 얼굴 깡패. 비주얼 깡패 등등.


깡패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새로운 단어들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언어는 그 사회의 정서와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요.

한글에는 있는 단어가 영어에는 없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중 하나가


<눈치>


눈치를 보다,

눈치가 있어야 한다,

눈치가 빠르다,

눈치가 없다,

눈치채다

등등


다양한 표현으로 쓰이는 단어이지요.


'눈치를 보다'의 영어 표현이라고 검색하니 이렇게 나옵니다.

read one's countenance


우리가 생각하는 눈치의 느낌과는 다소 차이가 느껴지죠?

가치와 정서가 언어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요.

언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기도 하고요.


샘정이 가장 많이 드는 예는 파란 장미.


a blue rose


자연 상태에서 피지 않는 파란 장미.

그래서 파란 장미는 일어날 수 없는 일, 불가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유전공학의 발달로 가능하게 된 파란 장미.

더 이상 불가능의 의미가 아닌 파란 장미.


언어는

우리 삶의 가장 깊숙한 부분이며

가장 표면적인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먹는 아주 맛있는 떡볶이가 마약 떡볶이이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얼굴 깡패, 실물 깡패일 때

아이들의 무의식에서

마약과 깡패에 대한 의미가 왜곡되지는 않을까......


너무

단편적이고 편협한,

지나친 기우일까요?


샘정은

아무리 맛있어도

내가 만들고 먹는 음식 앞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주 맛있는 계란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로도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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