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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재벌샘정 Jun 03. 2021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대는 얼른 집에 가고 싶은가요?

밀당궁의 안주인이자 중학교 과학교사인  착한재벌샘정입니다.


오늘 7교시 수업을 하는데 한 아이가 불쑥 

“선생님, 저는 오늘 저녁에 김치전을 먹을 거예요.” 하더군요.

수업의 흐름이 끊기기는 했지만 아이의 설렘 가득한 얼굴이 예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오오~~~ 맛있겠어요. 비도 오고 하니 선생님도 오늘 저녁에는 김치전을 만들어 볼까요?”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 싶어서인지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 아버지가 막걸리가 드시고 싶대요. 그래서 김치전 구워서 같이 먹을 거예요.”

행복한 풍경이 그려지죠?

아이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일 거라는 생각에 정말 흐뭇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더군요.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

과학 수업은 잊은 채 아이들과 오늘 저녁 메뉴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를 했답니다. 


요즘 집에 대한 생각이 많은데

집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그린 그림이에요.



35년 차 교사인 샘정.

그동안 담임을 맡은 아이들 중 가출을 한 아이들이 꽤 있었고 그 아이들을 찾아 나서야 했었습니다.

그럴 때 다행이다 싶었던 것은 그 아이를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집이 싫어서, 집에 있는 것이 힘이 들어 집을 나온 아이들인데

가출한 아이들은 집으로,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적지 않게 놀랐던 기억들.

집이 지옥일 수 있다는 거.....

집이 휴식이자 안식처가 아닐 수 있다는 거....

집으로 가는 것이 너무도 큰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의 십대를 통해 온몸으로 경험하며 알게 되었거든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필수품으로 오븐을 꼽았습니다.

22년을 쓴 커다란 가스 오븐이 고장이 났는데 이사하면, 집을 리모델링하면 더 이상 가스레인지가 아닌 인덕션을 사용하게 될 거라며 새로 사는 것을 미루었는데... 이사도 리모델링도 쉽지가 않아 그렇게 몇 년이 지나더군요.

드디어 도착한 오븐.


크루아상 생지를 사다가 오븐에 굽기 시작했는데

갓 구운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는 것도 행복하지만 온 집 가득한 빵 굽는 냄새가 너무 좋답니다.

오븐 열기로 인해서도 따뜻함이 있지만 빵 굽는 냄새가 주는 특별한 따뜻함이 좋아요.






집은... 어떤 집이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돌아가고 싶은 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살아가면서

나는 돌아가고 싶은 집을 만들고 싶은 열망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입니다.

윤스퐁과 윤자매에게도 돌아오고 싶은 집이어야 하지만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나의 집은, 우리 집은 <돌아가고 싶은 집>이기를.....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중년의 두 부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집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집에 사람들이 오는 것에 대해 부담이 없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간단히 대접할 우리 집만의 시그니처 음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전자동 커피 머신과 광파오븐으로 홈 카페를 만들게 되었어요.





크루아상 맛집이 된 밀당궁입니다.

밀당궁(蜜糖宮)의 의미는 <달콤한 집>이랍니다.

잘 쉬고 잘 먹어 에너지가 충전되는 집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손님이 오면 크루아상 구워 아메리카노와 함께 내어놓는 것을 보며 윤스퐁은 말합니다.

“빵 굽고 커피 내리고. 그게 전부가? 손님 한번 억수로 쉽게 치네.”

당연하지요. 쉬워야지요.^^

그래야 밀당궁이 함께 하는 집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오븐에 굽는 빵은 우리 부부의 간식으로도 톡톡히 한몫을 한답니다.

입이 심심하시면 이러시거든요.

“니 오늘은 빵 안굽나?”

빵 굽는 냄새, 커피 향기가 주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좋은가 봅니다.





아침마다 현관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가는 우리. 

여러분들에게 집은 어떤가요? 

얼른 돌아가고 싶은 집인가요?

세상 모든 이들에게 집은 

빨리 돌아가고 싶은 집, 꼭 돌아가고 싶은 집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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