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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하 Aug 13. 2020

대간(大幹)길을 걷다 - (1)

prologue     글쓰기 종주를 시작합니다

  혹시 「백두대간법」이라고 들어 봤나요? 정확한 명칭은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다.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은 “백두대간의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쾌적한 자연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2003년 12월 31일에 제정돼서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평소 ‘백두대간 난개발’로 시작하는 뉴스를 꼼꼼히 보신 분들은 아실 수도 있겠지만, ‘이런 법이 있었구나’ 하는 분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법 제2조는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말한다>로 백두대간을 정의한다. 한편 백두대간의 공식적인 영문표기는 ‘the main range of Mt. Baekdu’인데 range라는 단어가 ‘범위’라는 의미니까 백두산의 범위가 지리산까지 뻗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백두산의 범위가 지리산 까지라니, 백두산, 아무튼 대단하다. 지금은 휴전선으로 백두산에서 금강산까지는 갈 수 없고, 설악산부터 지리산까지도 개발과 도로 등으로 끊어진 곳이 있지만, 원래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산림청 누리집의 산림임업용어사전을 보니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인식체계이며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로서, 총길이는 약 1,400km에 이른다”라고 한다. ‘1,400km’ 실감이 나지 않는 거리이다. 하지만 금강산 위쪽으로는 갈 수 없으니 우리가 갈 수 있는 설악산부터 지리산까지의 거리만 따지면 683km이다. 여기에서 683km는 도상거리를 말하는 것으로 실제 거리는 1,240km 정도로 추정한다.

  산림청 누리집의 또 다른 자료는 백두대간은 “지질구조에 기반한 산맥체계와는 달리 지표 분수계(分水界)를 중심으로 산의 흐름을 파악하고 인간의 생활권 형성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산지 인식 체계”라고 한다. 말이 좀 어렵지만 예부터 산과 강,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상은 백두대간을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 정리한 백두대간에 대한 간략한 소개다.      

  이처럼 백두대간을 소개한 이유는 내가 백두대간 길을 걷고 있어서다. 대간길을 걷는다 해서 전문 산악인이거나 등산 베테랑은 아니다. 그저 산이 좋아 주말에 근교 산행을 하다 보니 어느덧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하고 있을 뿐이다.

  대간길은 설악산(진부령)에서 출발하는 남진 또는 지리산(중산리)에서 출발하는 북진으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남진, 북진 모두 해보고 싶다. 올 여름 유난히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가니 8월 대간길을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처럼 대간길에 도전하는 일반인은 보통 주말에 무박 2일 일정으로 대간길을 걷는다. 토요일 새벽 3시쯤 들머리에 도착해서 20km 내외의 대간길을 10시간 정도 걸어 날머리에 도착한다. 도상거리가 683km이니 20km씩 걷는다면 34번을 걸어야 하는 거리이다. 그래서 백두대간을 30여 구간으로 나눠서 종주를 진행한다. 구간으로 나눈 대간길을 한 달에 한 번 간다면 3년 이상 걸린다. 눈, 비, 태풍 등으로 산행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에 그렇다. 한 달에 두 번 간다면 2년 정도 소요된다. 이처럼 일반인이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는 것은 단지 체력이 좋고 산을 잘 탄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최소 2년에서 3년 이상 쉼 없이 도전해야 이룰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시작하는 사람은 많아도 성공하는 사람은 적기에 종주를 마치면 당연히 기쁨이 클 수밖에 없다.

  나는 앞으로 내가 지나온 대간길을 글로 정리하고자 한다. 대간길 첫 구간부터 순서대로 정리가 됐으면 좋을 텐데 중간부터 정리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시작해 보려 한다. 글의 내용은 백두대간 종주 도전기나 백두대간 길 안내가 아닌 대간길을 걸으며 느낀 느낌을, 느낌 그대로 옮겨 담고 싶다. 부족한 표현력과 무딘 글솜씨로 폐부에 품은 아름다운 우리 강토를 제대로 적어 내려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일단 한번 해보고자 한다. 제목에 (1)이 붙은 이유는 《대간(大幹)길을 걷다》가 30여 회로 이어져 백두대간 전구간에서 내가 느낀 강토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 부디 욕심으로 끝나지 않기를, 백두대간 종주와 《대간(大幹)길을 걷다》 글쓰기 종주가 같이 성공하기를 바래본다.

  나는 산에 가기 위해서 무릎 보호다리 힘을 키우려 헬스를 하지만 건강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 한다. 왜냐하면 7월 1일 이후 항상 약통을 소지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이라는 약이다. 협심증으로 스텐트 삽입을 시술한 의사 선생님이 전처럼 산에 다녀도 좋다 했지만 그래도 몸 상태 살펴가며 무리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8월 대간길 걷기는 15일과 22일로 계획하고 있다. 15일은 남진이고 22일은 북진이다. 처음으로 남진과 북진을 동시에 해 본다. 또한 《대간(大幹)길을 걷다》 글쓰기 종주가 처음 시작되는 산행이기에 마음다짐도 새롭고 또 다른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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