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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하 Jun 07. 2022

입원 일기 9월 7일

9일 수술하기 위해 오늘 입원했습니다.

회진 왔길래 물어봤습니다.

"정확한 병명이 뭔가요?"

"우측 중대뇌동맥 뇌동맥류입니다."

시술보다 수술이 좋겠다는 의사 말 듣고 그 자리에서 수술 날짜 잡았습니다. 병원, 의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 정확한 병명도 관심 없었고, 머리 열고 하는 수술이 큰 수술이란 생각도 안 해 봤습니다. 그저 알아서 잘 치료해 주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오늘 12시 20분쯤 병원에 도착해 입원절차를 거쳐 12시 50분에 병실에 들어와서 낮잠 자고, 저녁 먹고, 소변검사 소변 받아 주고, 피검사 피 뽑고 한 것 말고는 일기 쓰는 지금까지 아직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수술 전 편히 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병실은 2인실입니다. 뇌혈관조영술 때 4인 실과 병실 크기 빼고는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간호간병 통합 병실입니다. 간병 신경 쓸 일 없고 환자도.. 가족도.. 편합니다.

뇌질환 환자 모임 카페에서 뇌동맥류 개두술을 한 분들과 가족의 글을 처음 봤을 땐 오히려 긴장이 되고 심란했는데 읽다 보니 지금은 음.. 이렇구나.. 이럴 수도 있구나..멘탈 잡아주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오늘처럼 입원 일기를 내일도 쓸 수 있을 것 같고..

9일은 수술.. 수술 끝나고 중환자실.. 10일 저녁이나 11일에 입원 일기를 쓸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빨랐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사항입니다.


오늘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로 마무리합니다.


이기적인 기도

하느님

오늘은 몸이 많이 아프니

기도가 잘 안 되지만

되는대로 말씀드려 봅니다


​앞으로 남은 날들이

어느 날부턴가 누군가에게

짐이 될 거라 생각하면

종일토록 우울합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스스로 사물을 분간하며

내 손으로 밥을 먹고

내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을

꼭 허락해 주세요


누가 무얼 물으면 답해주고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온전히는 아니어도

적당히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병명없는 통증도 순하게

받아 안을 테니

오랜 세월 길들여 온

일상의 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

딱 그만큼의 건강과 자유는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하느님


​그동안 내내

남을 위해만 기도했으니

오늘은 좀 이기적인 기도를

바쳐도 되는 거지요?



출처; 이해인 作, 《꽃잎 한 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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