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일기_250902_입사 327일차
개관연장 사서가 뭐냐고?
말 그대로 도서관 마감 시간까지(공공도서관의 경우 대부분 오후 10시) 근무하는 계약직 사서를 말한다.
10시 퇴근이니 출근은 오후 1시다. 이 사업은 시민의 문화 생활을 권장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시행하는 국가 사업이라고 한다.
도서관에 갔을 때(오후) 데스크에서 만나는 사서는 거의 계약직 개관연장 사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개관연장 사서는 무슨 일을 할까?
자료실 운영 전반을 다 한다고 보면 된다.
데스크에서 이용자를 상대하고, 대출 반납을 처리하고, 도서관 회원카드를 발급하고, 도서를 정리하고, 온갖 민원을 처리한다. 여기에 각 도서관 별로 도서관장이 지정하는 업무를 추가로 한다.
내가 처음 입사한 도서관에서는 그야말로 기본 업무만 했다. 데스크 근무와 도서 정리, 배가를 정말 빡세게 했다. 개관연장 사서는 도서관 직원 피라미드의 최 하위층이다 보니 아닌 말로 시키는 건 다해야 하는(?) 위치였다.
시키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니고 신착 도서에 신착도서 스티커 붙이기, 도서 정리, 서가 및 서고 정리 등 다양한 정리에 동원되는 육체 노동이 많았다. 상호대차 리스트를 뽑기 위해 필요한 권한도 없어서 정규직 직원의 ID를 사용해야 했다.
이곳은 주말 어린이실이 그야말로 극강의 노동 강도를 뽐냈는데 주말 근로 학생(주로 책을 정리하는 배가를 한다.)이 있어도 개관연장 사서들은 하루종일 배가만 했다. 게다가 서고자료도 얼마나 많이 찾는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어린이실과 지하에 있는 서고를 왔다갔다 하면서 하루를 마치면 만보기에 1만보가 훌쩍 넘어 있었다.
두 번째로 근무한 곳은 평일 하루와 토요일 하루를 근무하는 단기 근무였다. 작은 도서관이라 사서가 딱 두 명 뿐이라서 그들이 쉬는 날 대체 근무를 하는 것이었다. 작은 도서관이라 이용자는 적었지만 상호대차가 매우 활발한 곳이어서 그 작은 도서관에서 하루에 100권 이상이 나가곤 했다.(지금 다니는 도서관은 아무리 많아도 어린이실과 종합자료실 합쳐서 하루 100권 미만이다.) 관장님의(두 명 중 한 명이 관장) 독특한 성향으로 상호대차 책 수집을 영 비효율적으로 하는게 이상했을 뿐 어려운 점은 없었다.
세 번째로 근무한 곳도 구의 대표 도서관이라 규모가 매우 컸고 이용자도 매우매우 많았다. 그렇다보니 업무도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 중 나는 데스크에서 기본적인 대출 반납과 회원가입 업무, 책바다와 책나래를 담당했다.
이곳은 구청 직속이라 공익근무요원이 있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책 배가를 담당해주어 몸은 비교적 편했다. 여기에 더해 이곳은 북큐레이션과 필사존을 개관연장 사서들이 담당했다. 분기별로 교체되는 북큐레이션을 개관연장 사서들이 하나씩 맡아서 했다. 북큐레이션이 그나마 사서 본연의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좋은 책,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을 이용자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 뿌듯했다. 성취감도 상당했고.
네 번째로 근무한 도서관은 첫 번째와 세 번째 도서관의 1/3 규모였지만 지역에서는 이용자가 상당히 많은 곳이어서 업무량이 상당했다. 규모가 작아서인지 사무실과의 거리(물리적, 심적)가 매우 가까웠고 일도 당연히 많았다.
기본 데스크 업무와 자료실 운영 업무 외에 북큐레이션, 소모품 관리, 분실물 관리, 영화 선정 및 상영, 희망도서 관리, 잡지 관리, 상호대차, 책나래, 책바다 관리, 각종 기본 통계 작성, 각종 행사 동원에 급기야 최근에는 프로그램까지 맡아서 진행하는 등 다양한 업무와 책임이 주어졌다.
북큐레이션은 개관연장 사서가 하는 경우는 있지만, 프로그램을 개관연장 사서에게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은 벌여놓고 수습할 직원은 모자라니 개관연장 사서까지 동원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정규직 사서들이 하는 일을 직접 해보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최저 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싶었다. 물론 도서관은 정규직이라고 해서 비정규직보다 월급이 놀랄만큼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개관연장 사서직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 하에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솔직히 많은 도서관이 개관연장 사서로 사서 수를 채우고 있고 자료실 운영은 거의 개관연장 사서가 담당한다. 그래서 그들이 빠지면 실 운영이 마비될 지경이다.
어떤 도서관은 우리는 '개관연장 사서도 프로그램도 하고 정규직 사서와 동등한 기회를 드려요!' 라고 홍보(?)를 한다. 초심자에게는 경력을 쌓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최저 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이기도 한다. 가족 같은 회사라고 말하는 회사치고 좋은 곳이 없듯이 말이다.
그래서 지자체 별로 개관연장 사서의 임금도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정규직 사서와 같이 프로그램도 하고 어쩌고 하는 곳 중에는 지자체에서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임금과 복지 포인트, 명절 보너스 등을 추가로 지급하기도 한다.
이렇게 급여를 높여주면서 일을 시키면 그래도 납득, 그러나 최저 임금을 주면서 '너희에게 기회를 주나니~'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일을 시키면 솔직히 흔쾌히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성취감이나 경력 따위는 개나 줘버려!" 라든가 "나는 그런거 필요 없거든요!" 라고 소리치고 싶을 때도 있다. 뭐,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는 거지, 가련한 최저 임금 노동자는 그저 뒤에서 궁시렁 댈뿐 시키는 대로 한다.
그리고 도서관 정규직 직원들은 어쩜 그렇게 일을 잘 시켜 먹는지, 자잘한 일들을 참 잘 시킨다.(본인들은 보다 건설적인(?) 일을 하시느라 바쁘다. 실제로 그들도 매우 바쁘다. 뭐하느라 바쁜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가끔은 아니 자주 내가 콩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선생님들과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저는 도비예요~"라고 한다.
하하하. 이것도 세대 차이다.
그리고 솔직히 왜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지 의문이다.
너무 늦다.
8시까지 여는 도서관에는 왜 10시까지 안 하냐고 항의글이 빗발친다.
회사 끝나고 가면 시간이 모자란다나?
폐관 시간이 10시인 것은 아마도, 내 추측에는 교육청 도서관들이 학습열람실(독서실)을 10시까지 운영해오던 관례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도대체 왜 10시까지나 운영을 하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밤 9시가 최대가 아닐까 싶다. 도서관 직원의 안전을 책임져주지도 않으면서(실제로 위험하다.). 수당이 추가되는 것도 아니면서.
제발 9시 이후에는 집에 가서 쉬세요~ 라고 외치고 싶지만 돌아올 무수한 민원이 두려워서 이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