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에 먹는 간장버터 계란밥
퇴근길에 집으로 향하다가 우연히 지숙의 집 앞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 앞에는 지숙이 서 있었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고여 있었고 코는 빨개져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남자는 몇 마디를 하더니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쩐지 선뜻 다가가 물어보기가 힘든 분위기였다.
그녀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결혼을 했다고 했는데 왜 혼자 살고 있고 오늘 나타난 남자는 누구길래
슬픔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에게 선뜻 밥을 주던 그녀는 늘 밝고 근심 없어 보였는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겨우 두어 번 밥을 얻어먹은 것으로
선뜻 그녀에게 다가가 무슨 일인지 물어보아도 될까?
그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그녀에게 연락이 없었다.
퇴근길에 보는 그녀의 집의 불을 늘 꺼져 있었다
걱정이 되었던 나는 그녀에게 몇 번의 연락을 시도해 볼까 했지만 이내 사정이 있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싶어 이내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다.
어쩐지 지숙의 밥이 더 먹고 싶어 지는 날이다.
만약 오늘 그녀가 "지영 씨 저녁 먹으러 와~"라고 말한다면
얼른 달려가 맛있게 밥을 먹으며 무슨 일이 있는지도 물어볼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이런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매번 얻어먹기만 하려고 하다니,
지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지도 모르는데도 밥을 얻어먹을 생각을 하는
내 머리통을 한 대 쥐어 박고 싶어졌다.
매번 밥을 얻어먹었으니 다음에는 꼭 내가 그녀에게 대접을 해야겠다
그런데 뭘 해야 하지? 그녀는 웬만한 요리는 척척할 것 같은데
내 요리 솜씨로는 한참 부족할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배는 고프다.
오늘은 일단 내 배를 채우고 더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얼마 전에 사놓은 계란과 일회용 버터가 있었다.
“그래 오늘 저녁 메뉴는 간장계란 버터밥이다.
고소한 버터 향이 나는... 바쁜 아침 엄마들이 자주 해주는 음식 같은
간장버터계란밥이지만
아침에만 먹으라는 법은 없지 ”
짭조름한 간장과 고소한 버터향이 그득한 계란밥과 김치만 있으면
어쩐지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한 끼 식사였다.
내일은 지숙에게 꼭 연락을 해봐야겠다.
매번 맛있는 밥을 얻어먹었으니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언니에게 맛있는 커피를 사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