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원인도 알 수 없고 해결법은 더 알 수 없는
늦은 밤, 잠은 안 오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그런 밤. 누구에게도 있는 그런 날이었다.
나의 무료함을 깨운 건, 남편도 바깥의 소음도 아닌 '똑, 똑, 똑' 아주 작은 소리였다. 그렇지만 우리 집에서 그 시간에, 특히나 거실에선 들을 수 없는 그런 소리.
똑, 똑, 똑, 똑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다.
잠시 생각이란 걸 멈췄던 것 같다.
'저 물은 왜 떨어지는 걸까?'
그러다 일단 주방에서 큰 볼을 가져오고 근처에 수건을 깔고 응급조치를 했다.
그렇게 지켜본 지도 거의 한 시간은 되었으려나... 좀처럼 나아지지도 더 나빠지지도 않는 그런 물방울 소리를 들으며 '혹시 내일 아침에는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꽤나 희망적인 생각을 했다.
그리고 천장을 외면한 채 잠을 청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침에도 똑, 똑 거리는 물소리는 계속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물이 떨어지는 속도가 느리고 양이 많지 않아서 비치해둔 큰 볼에 물이 넘치지는 않았다는 것 정도? 아침부터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했고, 그때부터 일사천리로... 일이 해결될 리 만무했다.
우선, 누수의 원인을 찾기 위해선 먼저 천장부터 뚫어야 했다. 천장 위 상황을 알아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집 거실엔 천장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천장에 위치한 유일한 점검구는 세탁실에만 있었으니까. 결국 집주인을 소환하고, 새로운 점검구를 만들고, 그리고 그 안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무려 성인 5-6명이 말이다.)
똑, 똑 떨어지던 작은 물방울은 생각보다 거대한 문제를 일으켰다.
누수란, 가장 원인을 알기 어렵고 때문에 해결은 더욱 어려운 문제다.
우리 집 물방울에 대한 가설은 다음과 같았다.
a. 윗집에서 물이 새는 것은 아닌 지
b. 에어컨 배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지
c. 소화전 관, 스프링클러의 문제는 아닌 지
d. 내부와 외부의 기온차로 결로 현상이 발생한 건 아닌 지
우리 집에 방문한 각 분야의 전문가는 모두 각자의 의견을 주장하기에 바빴다.
[윗집은 연락해봤는데 괜찮다는데요?]
a 안은 아니군.
[에어컨 배관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에어컨 배관이 지나는 곳이랑 물방울이 맺힌 위치가 전혀 달라요.]
b안도 아닌가?
[소화전 관에 문제가 있었으면, 배관 압력 때문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온 집안이 물바다가 된다고요!]
c도 아닌 건가?
[여름에 에어컨 좀 틀었다고 바깥과의 온도차로 결로가 생긴다는 게 말이 되나요?]
d도 아니면 대체 원인이 뭐라는 거지?
여러 명의 전문가가 모여서 약 한 시간 가량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은 없었다.
서로 각자가 맡은 분야에선 문제가 없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며, 중간중간 짜증 섞인 논쟁과 높아지는 음성에 힘들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사이 물방울이 떨어지는 걸 멈춰버렸기 때문에 더더욱 원인 찾기는 어려워졌다.
몇 시간의 실랑이 후에 남은 결론은 '일단 누수가 중단되었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관계자가 떠난 뒤, 우리 집 거실에 남은 건 민낯을 드러낸 천장과 여기저기 흩어진 톱밥, 물자국, 나뒹구는 수건, 어지러운 표정의 나뿐이었다.
(+ 줄어든 나의 연차)
P.S > 누수 사건 이후로 1년이 지난 지금, 아직 우리 집 천장은 말끔하다. 정말 다행이긴 한데, 대체 원인은 뭐였을까? 여전히 알 수 없는 궁금증만 가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