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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Oct 24. 2021

4. 여름날의 모래성 쌓기를 좋아하나요?

아이들의 세상으로 초대받는 법

여름날의 모래성 쌓기를 좋아하나요?

아이들의 세상으로 초대받는 법 


 증기기관차를 발명할 영광을 누릴 수만 있었더라면
내 모든 교향곡을 내버려도 아깝지 않다.


얼핏 보면 자동차 CEO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뜻밖에도 작곡가이자 철도덕후라 불리는,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이야기다.  


그의 못 말리는 철도 사랑은 '유모레스크' 음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기차 바퀴가 레일에 닿는 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을 정도였으니, 그의 철도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열차 레일의 이음새를 건너가는 차량의 규칙적인 율동에서 멜로디를 착상하고 곧바로 아이디어를 차표 뒤에 적어두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의 철도사랑은 여덟 살부터 시작되었다. 육중한 몸집에 굉음을 내며 달려가는 물체를 집 근처에서 보게 된 것이다. 프라하와 크랄루피를 잇는 철도가 건설된 것은 1850년이었고 이 노선은 우연찮게 드보르자크의 고향인 넬라호제베스를 경유했다. 그때부터 드보르자크는 기차와 관련된 것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고 달려들었다. 명성을 쌓은 뒤에도 틈만 나면 기차역에 들러 들어 오고 나가는 기관차 번호를 메모하거나 기관사들과 기계적인 전문 사항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프라하 음악원에 재직하던 시절에는 딱히 할 일이 없으면 어김없이 프라하역으로 가서 그저 기차만 지켜봤다. 새로운 기차 모델이라도 발견한 날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림, 조립, 피아노, 애니메이션, 성대모사, 종이접기, 게임, 강연, 책, 곤충, 로봇, 마론인형 등 그 분야도 제한이 없다. 중국의 드론 황제인 프랭크 왕 DJI 창업자 역시 어려서부터 모형비행기 덕후로 날아다니는 로봇을 꿈꿔왔고, 12세 때 블래스타라는 게임을 개발한 우주덕후였던 테슬라 CEO 엘론머스크는 2008년 최초로 민간기업 위성 발사에 성공하는가하면, 학창시절 애니메이션 코스프레 덕후로 이를 즐겨하던 성우 겸 모델 서유리 등 무언가에 흠뻑 빠져 그것이 인생을 바꾸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이 인생을 뒤바꾸게 되는 일, 이는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선생님은 모래성 쌓기를 좋아하나요?


(코로나 전) 여름 방학을 얼마 앞둔 어느 날, 3학년 준석이는 그날따라 한껏 들떠 있었다. 몇년간 가족이 함께 직접 쌓아 만든 모래성 사진을 가져와 보여주었다. 계단 모양이 정교한 모래 궁전, 등껍질이  실제처럼 견고한 모래 거북이 등을 차례로 보여주었다. 모래 속 인어공주가 된 준석이 아버님의 모습엔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번엔 어떤 컨셉의 모래성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에 시도해보기로 했단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창의적인 인재를 필요로 하는  웹툰 기업의 채용 공고가 떠올랐다. 업무 외의 것들, 예를 들면 자전거 타기, 레고 조립하기, 다트 던지기, 식도락  온갖 종류의 덕질에 심각하게 빠져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딴짓 잘하는 사람을 외국어 점수나 능력보다  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험이나 자격증 등을 통해 전문가로 인정받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고 탐구해온 역사를 보여주는  자체로 자신을 증명할  있는 시대가 되었다.  분야에 깊게 빠져들어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이들이 그만큼 대우도 받고 있는 추세다. 자신의 관심사를 꾸준히 계발하는 열정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라 대학입시나 채용 면접에서도,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을  분야에 대해 밝히고 PR하는 지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딴짓 잘하는 것을 자신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계발하는 열정 있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평생직장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투잡조차 이제는 옛말일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신이 탐구하고 싶은 주제로 실제 세상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가며 끊임없이 세상에 노크한다. 이는 실로 '아이의 우주가 새롭게 열리는 ' 비유할  있을만큼 중요한 사건이  것이다.



[N잡 시대 미래문해력 진로 디자인 4] 

아이들의 세상으로 초대받는 법


1단계. 아이의 흥미와 관심사에 대해 알아본다.

(Feat. 떡볶이, 쿠키, 핫초코 등과 함께 간식 타임)


요즘도 전에 하던 ~ 배우고 있니?

(태권도, 뮤지컬, 게임, 쿠킹, 레고, 영상 만들기 등)

친구들과 쉬는/점심 시간에 어떤 놀이해?

그 게임 룰이 어떻게 되는데?


2단계. 아이의 취향을 인정하며 대화를 나눈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 좋아지는구나!

~할 때 어떤 기분이 들어?

3단계. 함께 경험하며 공감한다. 아이에게 생각할 수 있는 깊이있는 질문을 던지거나, 심화 활동(독서, 관련인물 진로 탐색 등) 이끌어준다.


선생님도 같이 해볼 수 있을까?

엄마도 어릴 때 ... 했었는데!
너가 이래서 재미있어 하는구나!


너가 좋아하는 이 놀이로 ~한 사람을
인터넷 뉴스에서 본 적 있어.
같이 볼래?

(예시 : 종이비행기 접기로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


~도 어릴 때 너처럼 ...을 좋아했대!

(예시 : 어려서부터 모형비행기 덕후로 날아다니는 로봇을 꿈꾸었던 중국의 드론 황제인 프랭크 왕 DJI 창업자 / 12세 때 블래스타라는 게임을 개발한 우주덕후였던 테슬라 CEO 엘론머스크 등)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에 대한 범위
듀이(Dewey, 1913)가 「Interest and Efforts in Education」에서 말하는 ‘interest’에는 학생들의 절실한 관심사와 심각한 고민거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관심사 교육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마을 살리기, 환경오염 줄이기 등의 주제는 왕따, 학교폭력, 성적, 무기력증, 친구, 이성문제, 화장, 연예인 관심 등 자신이 당장 직면한 문제에 비해서는 처음부터 관심을 갖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지금 절실하거나, 마음이 가는 당면한 과제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백다은

초등학교 교사, EBS 공채 강사 (국어, 수학, 사회, 영어),

플레이런 TV 다같이 도레미 MC,  재능방송 미래직업 관찰예능 우리아이 JOB 생각 MC (with 가수 별)

KBS〈명견만리〉, EBS 생방송〈부모〉, YTN〈수다학〉, EBS〈다큐 프라임〉 ‘글로벌 인재 전쟁’, tvN〈창조클럽 199〉방송에서 강연, 수업 시연,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전국 학교, 도서관, 기업체, 교육부 주최 토크 콘서트 등에서 미래 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아이들의 진로와 교육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초등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와 초중등 진로교사 연수를 맡고 있다.


쓴 책 : 『내 꿈은 달라』 『꿈씨앗 파노라마』 『백다은의 교육상상』 『두근두근 N잡 대모험』 『미래교육 바이블 (가제)』


입시 지옥으로부터 해방만을 꿈꾸다 마침내 맞이한 스무 살의 봄,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는 어른들 말씀만 믿었지만, 교육 대학교의 특성상 고등학교 생활의 연장선 같았다.

어릴 적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것을 잊지 않고 작곡과 작사에 도전해 본 것, 온라인 카페에서 우연히 공고를 보고 처음으로 써 본 연극 시놉시스가 대학로 극단 공모에 입선한 일, 비록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지만 타 대학 친구들과 글로벌 탐방 대원이 되기 위한 공모전을 준비했던 일, 유럽 15개국 배낭여행 등 다양한 경험 등 신기하게도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일들조차 연결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국어, 음악, 사회, 영어 등 전 교과를 지도하고, EBS 공채 강사가 되어 방송, 온라인을 통해 전국의 학생들과 만나고, 출판사에서 육아서부터 다양한 책을 출간하고, 아이들에게 사회 시간에 가르쳐준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직접 도전해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였고, 남편과 함께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IT 기반의 사회 문제 해결 공모전에 참가해 1,865개 팀 중 최종 결승에 진출해 다양한 분야의 사회 혁신가들과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스스로 모든 것이 되는 법을 익혀 풍성하고 깊이있는 진로 교육과 미래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된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스무살의 봄에 꿈꾸었던 것처럼, 초등학교 교사라는 본업을 두고 어린이책 작가, MC 방송 진행자, 강연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또 다시 연결되어 수업 속에 녹아들었다. ‘선생님의 세상이 넓으면 아이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 데려다줄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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