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다은 Oct 24. 2021

11. 아이 크고보니 가장 쓸데없었던 사교육

엄마들 모임, 단톡방에서도 절대 알려주지 않는 ‘선택과 집중’에 대하여

한 맘까페에서 아주 흥미로운 투표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아이 크고보니 가장 쓸데없었던 사교육


제목부터 귀가 번쩍 뜨이지 않은가. 그런데 놀랍게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거의 모든 사교육 이름들이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그에 동의한다는 답글들이 끝없이 달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 돈과 시간에 여행이나 같이 많이 다니는 건데...’

ㄴ22222

      ㄴ333333

       ㄴ44444

             ㄴ55555

...


물론 ‘우리 아이에겐 도움이 되었었는데..’ ‘다 같지는 않은가봐요. 전 A는 좋았는데, B는 안 맞았거든요.’라는 답글이 간혹 달린 것들도 보였지만.


제 아무리 훌륭한 교구나 교재라도, 100% 좋은 건 세상에 없단 걸 새삼 깨달았다.


그날 저녁, 초등학교 저학년의 평균 사교육비와 커리큘럼 수강에 대해 남편과 대화를 나누었다.


사고력 수학, 독서, 영어, 제2외국어(중국어), 코딩...


“어릴 때부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보이는데.. 특히 소프트웨어 ”


미국에서 로보틱스를 공부하고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인 AI 전공자 남편은 자신이 과거 배워왔던 C언어 비롯 줄줄이 언급하며, 컴퓨터 사이언스, 소프트웨어 언어는 더 발전해갈 것이며, 그 자체를 배우는 건 커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 그 대신 뭘 가르치는 게 좋겠느냐 물었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명쾌하게 답했다.


“책 많이 읽기, 여행, 운동(체력)"


중국 유학까지 다녀와 회사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중국어 강사이기도 한 지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어린 아이들이 ‘영어와 함께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영어만큼 시간투자할 필요가 없고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저학년에 즐겁게 배우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관심이 있을 시에는 스트레스 주지않는 범위에서 주 1회 정도로만 노출해 주어도 나중에 어른이 되어 진짜 중국어가 필요할 때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무엇을 우선 순위로 두어야 할까를 고민할 때, 최종 선택은 아이와 부모의 몫이지만,

각 분야의 전공자나 교육전문가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많은 졸업생 부모들은 초등 시절 고민했던 일들 중 대부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는 고백을 듣는다. 내 환경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만하게 선택지 가짓수를 늘어놓고 남들 따라만 가다보면 사교육비와 아이의 짜증만 늘어날 수 있다. 소화하지도 못할 선행 남들따라 하지 말고 그보다는

그 돈으로 여행이나 더 많이 다닐 걸, 영문법은 좀 더 늦게 시작해도 되었을 걸, 사춘기 오기 전

가족의 시간 더 많이 보낼 걸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멀리서 보고, 내 아이와 우리 가족에 가장 중요한 것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간이다.



백다은

초등학교 교사, EBS 공채 강사 (국어, 수학, 사회, 영어),

플레이런 TV 다같이 도레미 MC,  재능방송 미래직업 관찰예능 우리아이 JOB 생각 MC (with 가수 별)

KBS〈명견만리〉, EBS 생방송〈부모〉, YTN〈수다학〉, EBS〈다큐 프라임〉 ‘글로벌 인재 전쟁’, tvN〈창조클럽 199〉방송에서 강연, 수업 시연,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전국 학교, 도서관, 기업체, 교육부 주최 토크 콘서트 등에서 미래 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아이들의 진로와 교육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초등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와 초중등 진로교사 연수를 맡고 있다.


쓴 책 : 『내 꿈은 달라』 『꿈씨앗 파노라마』 『백다은의 교육상상』 『두근두근 N잡 대모험』 『미래교육 바이블 (가제)』


입시 지옥으로부터 해방만을 꿈꾸다 마침내 맞이한 스무 살의 봄,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는 어른들 말씀만 믿었지만, 교육 대학교의 특성상 고등학교 생활의 연장선 같았다.

어릴 적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것을 잊지 않고 작곡과 작사에 도전해 본 것, 온라인 카페에서 우연히 공고를 보고 처음으로 써 본 연극 시놉시스가 대학로 극단 공모에 입선한 일, 비록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지만 타 대학 친구들과 글로벌 탐방 대원이 되기 위한 공모전을 준비했던 일, 유럽 15개국 배낭여행 등 다양한 경험 등 신기하게도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일들조차 연결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국어, 음악, 사회, 영어 등 전 교과를 지도하고, EBS 공채 강사가 되어 방송, 온라인을 통해 전국의 학생들과 만나고, 출판사에서 육아서부터 다양한 책을 출간하고, 아이들에게 사회 시간에 가르쳐준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직접 도전해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였고, 남편과 함께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IT 기반의 사회 문제 해결 공모전에 참가해 1,865개 팀 중 최종 결승에 진출해 다양한 분야의 사회 혁신가들과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스스로 모든 것이 되는 법을 익혀 풍성하고 깊이있는 진로 교육과 미래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된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스무살의 봄에 꿈꾸었던 것처럼, 초등학교 교사라는 본업을 두고 어린이책 작가, MC 방송 진행자, 강연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또 다시 연결되어 수업 속에 녹아들었다. ‘선생님의 세상이 넓으면 아이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 데려다줄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고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