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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다은 Oct 24. 2021

10. 아이의 최적지점과 계획된 우연

힘을 빼고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빠르게 날아가도록, with 행운의 우연

아이의 최적지점 SWEET SPOT과

계획된 우연 Planned happenstance theory 

힘을 빼고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빠르게 날아가도록  with 행운의 우연


코로나 19 사태로 등교수업이 지연되고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초기부터 100% 쌍방향 수업을 진행해왔던 사립초등학교들은 매일이 공개수업이나 다름없었다. 한 고학년 학부모는 매시간 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하는 아이를 지켜보며 이 시기에 얻게된 것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문제집 풀고 교과 공부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걸 봤어요. 2차 성징, 진학, 사춘기, 역사 등 다양한 주제로 선생님, 반 친구들과 함께 자주 이야기나누는 것을 보았어요. 집에서 공부시킨답시고 엄마랑 지지고 볶고만 있었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보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이 학부모의 말씀 속에 공교육이 지녀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 다 들어있었다. 학교라는 세계 속에서의 사회적 성장은 학교의 큰 존재 이유이자 역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와 배움을 절실히 원하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이는 학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확실하게 증명해준 것 아닐까. 적어도 이 위기가 평범한 일상과 학교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단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를 가기 싫어했던 학생들마저 학교를 그리워하고, 배움의 공간인 학교가 얼른 제 기능을 회복하길 모두가 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온라인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사교육 일타강사를 쫓아다니며 문제집 풀고 빡세게 공부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 생각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일상 속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지속적으로 또래와 상호작용하면서 교과를 포함한 가르침을 받으며 교감하는 곳, 다양한 교육방법을 통해 아이의 사회적 성장을 이끄는 곳, 그것이 학교라는 배움터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건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을 것이다.


최적 지점 (스위트 스팟, sweet spot) 

스포츠 용어로, 야구 방망이, 테니스 배트, 탁구 라켓 등으로 공을 칠 때 힘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빠르게 날아가게 하는 지점을 뜻한다. 최근에는 가장 좋은 명당 위치, 최고의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 등 최적의 상태를 나타내는 뜻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쓰인다.


아이들은 *최적 지점(sweet spot)을 갖게될 때 크게 달라진다. 학교 현장에서의 사례를 통해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살려 원하는 방향으로 멀리, 빠르게 날아가는 지점을 찾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

사례 1.

4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다른 여자아이들과 달리 축구를 좋아하는 세희는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공기놀이나 쎄쎄쎄를 하며 노는 다른 여자아이들과 놀이 문화가 달라 어울리기 어려워했다. 3학년 때도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며 의기소침해하는 아이 일기장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남녀 나눌 것 없이 스포츠를 즐길 줄 아는 건 큰 장점임을 아이들 앞에서 칭찬해주고, 수시로 남녀 반피구, 학급놀이 등을 통해 함께 어울려 놀며 자연스럽게 유연성과 민첩함을 맘껏 뽐낼 수 있게 했다. 이후 체육 시간을 이끄는 장이 되어 리더쉽을 발휘하는가하면, 학업성취도 높아졌고, 눈에 띌만큼 자신감을 얻어 2학기에는 학급 반장이 되기도 했다.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나의 생일과 스승의 날이면 편지와 선물을 보내온다.


사례 2.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동한이라는 남자아이는 1학년 때부터 학교 생활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논리수학적 지능이 뛰어나 수학문제를 풀거나, 퍼즐 맞추기 등에선 따라갈 사람이 없었고, 책도 많이 읽어 학습 의욕도 높았다. 그럼에도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아 날이 서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였다. 퀴즈나 수학문제를 풀 때 지적 호기심이 많은 동한이가 맞추거나 중요한 단서를 짚어내면 크게 칭찬해주고 능력을 인정하며 격려해주었다. 아이의 강점을 키워주면서도 친구들의 인정을 통해 관계도 원만해질 것을 기대했다.


퇴근 후에도 아이를 담당하셨던 소아정신과 전문의, 어머님과 수시로 통화하며 노력한 끝에 학교 생활에서 친구들과의 사이도 원만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학년에 올라가서도 항상 복도에서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선생님 덕분에 학교생활이 너무나 즐거워졌다며 학교로 감사 편지를 보내올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사례 3.

음악 교과전담교사를 맡은 해에는 한 반에 많게는 32명, 다른 학년 12학급 이상의 다른 아이들을 만났다. 온라인 수업 중 랜선 콘서트를 열어 한 수업당 2-3명씩 꾸준히 노래, 악기, 춤 등 다양한 재능과 열정을 펼칠 기회를 주었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이올린 전공 학생이 클래식 곡을 소개해주고, 집에서 수업을 같이 들으시던 할머님과 함께 ‘찐이야’ 트롯곡에 맞춰 반 아이들 앞에서 함께 춤추는가하면 비트박스하는 법, 만화영화 주제가로 부른 판소리 소개, 휘파람 잘 부는 법, 오카리나 배움과정 공유 등 학습자가 또다른 학습자들에게 가르쳐주는 일도 수업 중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언젠가 나는 아이들 앞에서 ‘모차르트 작은별 변주곡’과 ‘별님 친구’ 동요를 연주해주었고, 장, 단조 곡의 느낌을 빛과 어둠 같은 문학적 표현에 빗대어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그랬더니 10-11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피아노에 관심을 가진 적조차 없었다는 남자 아이들도 하나둘 피아노 배우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격려하고 자극도 받으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고 있다. 흔히 미래교육 책에서 말하는 교사-학생 일방적 관계가 아닌, 경계가 허물어지며 서로에게 배우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점은 교사로 무려 40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만나지만, 한 명씩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다. 온라인 수업과 가정 학습 환경이라는 기회를 포착하여 적극 활용하였던 결과다.

이는 미래교육 역시 학습방식의 변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학습자에 대한 이해와 관계 형성이 먼저라는 걸 가르쳐주었다. 만약 효율적 개별 수업을 위한 수준별 분반 수업과 비교해보자면, 그 어떤 레벨 테스트보다 학습자에 대한 이해와 관계(래포 Rapport, 심리적 유대 및 신뢰) 형성을 대체할 그 이상의 완벽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계획된 우연이론 Planned happenstance theory


'상담계의 살아있는 전설 5인'에 선정된 『굿 럭』의 저자 존 크럼볼츠 스탠퍼드대 교수는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상담자들의 사례를 연구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진로 계획을 완벽하게 설정한 사람이라도 인생의 수많은 우연을 비켜갈 수 없다는 것. 진로 결정에는 지능, 성격, 적성, 환경, 능력, 흥미 등도 중요한 요소지만, 이보다는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진로를 발견하고 걸어가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우연히 성공을 이루는 것이 80%, 철저한 계획에 의한 성공은 20%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커리어의 80%는 예기치 않은 우연한 사건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운칠기삼이라지만, 만약 운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인간은 아무런 노력을 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허탈한 생각마저 들 것이다. 그는 처음에 세상의 모든 행운은 우연히 이뤄진다는 ‘우연이론’ 논문까지 발표한다.


행운이나 성공에 분명 우연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운을 부르는 5가지 요소가 작동한다고 판단하여 추후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 이론으로 수정하기에 이른다.



[N잡 시대 미래문해력 진로 디자인 10]

계획된 우연이론 Planned happenstance theory

MEET 우연인 척, 행운이 찾아오게 하는 법


계획된(planned) + 우연(happenstance), 굉장히 비과학적인 듯 하면서도 일리가 있어 묘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합성어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크롬볼츠 교수는 개인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우연한 사건들이 노력 여하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와서 개인의 진로에 연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우연히 다가온 사건들을 성공적인 기회로 잡기 위해서는 호기심, 인내심, 융통성, 낙관성, 위험감수라는 5가지 요소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우연한 만남이나 사건을 수동적인 태도로 기다리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우연하게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자신의 진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크롬볼츠 교수의 연구는 주어진 직업 옵션중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진로발달이나 선택이론과 차별점을 갖고 있다. 진로구성이론에 입각한 상담은 내담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를 관통하는 인생테마 주제(career theme) 찾도록 질문을 던져 도와준다. 아이의 최적지점 Sweet Spot 발견하고, 우연인 듯한 행운이 찾아오게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우연히 누군가의 전시회를 통해 감동을 받거나, 미디어에서 듣게  음악에 감흥을 받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1. 자라면서 누구를 존경했었나요?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2. 주기적으로 읽는 잡지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나요? 어떤 것을 즐겨보나요? 해당 잡지나 프로그램의 어떤 면을 좋아하나요?

3. 제일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는 어떤 것인가요? 그 책이나 영화의 내용(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4.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격언이나 좌우명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세요.

5.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릴 때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본인이 3-6세 정도였을 때 기억하는 사건이나 장면을 세 가지 정도 이야기해주세요.

원문출처
http://www.vocopher.com/csi/cci.pdf


 인생은 항상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곳에서
행운을 발견하는 게 각자의 몫이다.  
오늘부터 당장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어가길 기원한다.

백다은

초등학교 교사, EBS 공채 강사 (국어, 수학, 사회, 영어),

플레이런 TV 다같이 도레미 MC,  재능방송 미래직업 관찰예능 우리아이 JOB 생각 MC (with 가수 별)

KBS〈명견만리〉, EBS 생방송〈부모〉, YTN〈수다학〉, EBS〈다큐 프라임〉 ‘글로벌 인재 전쟁’, tvN〈창조클럽 199〉방송에서 강연, 수업 시연,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전국 학교, 도서관, 기업체, 교육부 주최 토크 콘서트 등에서 미래 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아이들의 진로와 교육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초등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와 초중등 진로교사 연수를 맡고 있다.


쓴 책 : 『내 꿈은 달라』 『꿈씨앗 파노라마』 『백다은의 교육상상』 『두근두근 N잡 대모험』 『미래교육 바이블 (가제)』


입시 지옥으로부터 해방만을 꿈꾸다 마침내 맞이한 스무 살의 봄,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는 어른들 말씀만 믿었지만, 교육 대학교의 특성상 고등학교 생활의 연장선 같았다.

어릴 적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것을 잊지 않고 작곡과 작사에 도전해 본 것, 온라인 카페에서 우연히 공고를 보고 처음으로 써 본 연극 시놉시스가 대학로 극단 공모에 입선한 일, 비록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지만 타 대학 친구들과 글로벌 탐방 대원이 되기 위한 공모전을 준비했던 일, 유럽 15개국 배낭여행 등 다양한 경험 등 신기하게도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일들조차 연결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국어, 음악, 사회, 영어 등 전 교과를 지도하고, EBS 공채 강사가 되어 방송, 온라인을 통해 전국의 학생들과 만나고, 출판사에서 육아서부터 다양한 책을 출간하고, 아이들에게 사회 시간에 가르쳐준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직접 도전해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였고, 남편과 함께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IT 기반의 사회 문제 해결 공모전에 참가해 1,865개 팀 중 최종 결승에 진출해 다양한 분야의 사회 혁신가들과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스스로 모든 것이 되는 법을 익혀 풍성하고 깊이있는 진로 교육과 미래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된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스무살의 봄에 꿈꾸었던 것처럼, 초등학교 교사라는 본업을 두고 어린이책 작가, MC 방송 진행자, 강연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또 다시 연결되어 수업 속에 녹아들었다. ‘선생님의 세상이 넓으면 아이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 데려다줄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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