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반 애들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캐도 캐도 계속 나와요.
"선생님, 우리반 애들 진짜 무서워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캐도 캐도 계속 나와요.”
우리반이 되면, 원래 소심하고 발표를 두려워하던 아이들도 하나둘 마이크를 켜고 노래, 춤, 연기, 창작 스토리 발표까지 한다. 그 비법 중 하나는 서로의 요즘 관심사에 대해 주제 발표하는 수다쟁이 토크쇼이다. 미래교육에 대한 희망사항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학습자의 흥미와 관심사를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 아닌가. 이를 기획 탐구법이라 이름붙여 주제 발표, 포트폴리오 제작 등으로 친구들 앞에서 좋아하는 것을 발표하도록 이끌었던 것.
모든 아이들은 자신만의 좋아하는 분야를 갖고 싶어하고, 잘하기를 원한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관심있는 일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면, 어른들이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찍기 시작한 점이 하나 둘 연결되어 Connecting The Dots, 아이만의 ‘꿈의 지도’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좋아하고+잘하고+세상이 원하는 일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여학생은 교사의 지도대로 관심을 두고 있던 ‘꿈씨앗’을 아기자기하게 하나씩 노트에 그려 나갔다. 그림, 글쓰기, 향수, 한의원, 발레, 선생님, 모델 등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로 그때그때 관심사는 바뀌었지만, 꼭 하나 이상씩 실천하고 포트폴리오를 가꾸어 가기 시작했다. 그 노력이 대견하여 지인인 아이패드 화가 선생님을 아이에게 소개했고, 여름 방학 동안 열심히 연습한 아이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디지털 그림 전시회>에 당당히 작품을 출품했다. 실제로 글로벌 IT기업의 CF 모델로도 활동하게 되었고, 지금은 예술 중학교에 진학하여 음악 연극과에서 꿈을 키워 가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남학생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삶을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마음이 아팠던 경험이 있었다. 마침 학교 사회 수업을 통해 배운 ‘적정 기술’과 그 대표적인 사례인 ‘큐 드럼(Q Drum)’과 ‘생명 빨대(life straw)’에 대해 배운 것을 연결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도서관에서 *적정 기술에 대한 심화 공부를 해 만화로 그려 반 친구들에게 알려주는가하면, 쉽고 간단한 원리로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발명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었던 한 중학생은 여름 방학에 게임 캐릭터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영어로 된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위해 밤새워 영어 번역에 몰두하다 보니 1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수천 명이 응시한 대회에서 10위 안에 드는 성과를 냈다. 어릴 때부터 그림뿐 아니라 기계 조립이나 실험, 만들기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게 되어 실제 미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학비 부담이 적은 독일로 유학을 떠날 계획하고, 향후 자신처럼 그림과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미술 학교도 설립하여 교육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갖게 되었다. 게임 캐릭터에서 시작해 영어, 실험, 자동차, 기계, 교육으로까지 관심사가 무한히 연결된 것이다.
*큐 드럼 : 함께 굴리며 놀이할 수 있게 만들어진 도넛 모양의 큰 드럼통으로, 식수가 부족해 몇 시간씩 물동이를 지고 물을 길어 나서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
*생명 빨대 : 오염된 물을 정수해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휴대용 빨대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 : 주로 개발도상국 지역의 삶의 질 향상과 빈곤 퇴치 등을 위해 적용되는 기술
[N잡 시대 미래문해력 진로 디자인 8] 기획 탐구법
CONNECT 크고 작은 경험의 점들을 연결하며 꿈을 가꾸는 법
여느 아이들처럼 시리얼, 사탕 등을 좋아하던 풋볼 선수를 꿈꾸던 11살 남자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식탁 위 음식들이 농약, 유전자 조작, 방사선 등에 노출된 실상을 알고난 후엔 완전히 달라졌다고. 책과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얻고, 유기농 농부를 직접 찾아 인터뷰하는가하면, 한 번에 한 아이씩 좋은 음식과 식습관에 대해 직접 알려주어 변화를 만들어갔다. 가족이 함께 11살 버크베어의 강연을 같이 들어보자.
(TED 우리의 푸드 시스템은 무엇이 문제인가?)
분야별 기획탐구법을 실천한 놀라운 10대들
[의학] 췌장암 진단키트를 개발한 잭 안드라카
[환경]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는 프로젝트를 이끄는 보얀 슬렛
[발명] 투병하던 엄마를 떠올리며 유방암 예방 스마트 브래지어를 만든 훌리안 리오스 칸투
[인권] 레모네이드로 아동노동착취를 맞서는 사회적 기업가 비비안 하르
[예술] 제주도에서 마음의 눈으로 그림책을 만드는 전이수
[공공] 경찰도 인정한 뺑소니 사건 전담 해결사, 자동차 덕후 김건
[복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프린트를 만든 슈브함 바네지
[농업] 경운기가 장난감이었던 중학생 농부 한태웅
아이의 관심분야별로 기획탐구법을 실천한 10대들을 소개하니, 함께 기사나 영상 등을 찾아보며 어떤 점을 배우면 좋을지, 자신은 무엇을 실천하면 좋을지 이야기 나누어보자.
우리 아이의 흥미와 관심사를 발견하고 한껏 키워주고 싶다면? 의미있는 경험을 이어 나가며 점으로 연결해볼 것을 권한다.
백다은
초등학교 교사, EBS 공채 강사 (국어, 수학, 사회, 영어),
플레이런 TV 다같이 도레미 MC, 재능방송 미래직업 관찰예능 우리아이 JOB 생각 MC (with 가수 별)
KBS〈명견만리〉, EBS 생방송〈부모〉, YTN〈수다학〉, EBS〈다큐 프라임〉 ‘글로벌 인재 전쟁’, tvN〈창조클럽 199〉방송에서 강연, 수업 시연,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전국 학교, 도서관, 기업체, 교육부 주최 토크 콘서트 등에서 미래 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아이들의 진로와 교육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초등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와 초중등 진로교사 연수를 맡고 있다.
쓴 책 : 『내 꿈은 달라』 『꿈씨앗 파노라마』 『백다은의 교육상상』 『두근두근 N잡 대모험』 『미래교육 바이블 (가제)』
입시 지옥으로부터 해방만을 꿈꾸다 마침내 맞이한 스무 살의 봄,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는 어른들 말씀만 믿었지만, 교육 대학교의 특성상 고등학교 생활의 연장선 같았다.
어릴 적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것을 잊지 않고 작곡과 작사에 도전해 본 것, 온라인 카페에서 우연히 공고를 보고 처음으로 써 본 연극 시놉시스가 대학로 극단 공모에 입선한 일, 비록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지만 타 대학 친구들과 글로벌 탐방 대원이 되기 위한 공모전을 준비했던 일, 유럽 15개국 배낭여행 등 다양한 경험 등 신기하게도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일들조차 연결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국어, 음악, 사회, 영어 등 전 교과를 지도하고, EBS 공채 강사가 되어 방송, 온라인을 통해 전국의 학생들과 만나고, 출판사에서 육아서부터 다양한 책을 출간하고, 아이들에게 사회 시간에 가르쳐준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직접 도전해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였고, 남편과 함께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IT 기반의 사회 문제 해결 공모전에 참가해 1,865개 팀 중 최종 결승에 진출해 다양한 분야의 사회 혁신가들과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스스로 모든 것이 되는 법을 익혀 풍성하고 깊이있는 진로 교육과 미래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된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스무살의 봄에 꿈꾸었던 것처럼, 초등학교 교사라는 본업을 두고 어린이책 작가, MC 방송 진행자, 강연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또 다시 연결되어 수업 속에 녹아들었다. ‘선생님의 세상이 넓으면 아이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 데려다줄 수 있는 곳이 많아진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