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지키는 선택

주간 직원을 정리했다

by 서호

대체 감기로 3일을 병가 내면 어쩌란 말인가. 아픈 건 이해한다. 쉬는 것도 좋다. 몸이 먼저라는 말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그의 근무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교대를 대부분 앞당겨 해주니 오후 2시 40분쯤 퇴근할 수도 있다. 그리 가혹한 일정은 아니다. 그런데 새벽 6시. 출근 한 시간 전,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오늘 병가 좀 써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간다. 누가 대신 설 수 있는지,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지, 지금 이 시간에 전화를 받을 사람이 있는지. 하루 전이었으면 충분히 조정할 수 있었다. 반나절만 일찍 말했어도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새벽 6시는 선택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시간이다. 병가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아픈 사람에게 출근하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누군가의 갑작스러움은 다른 누군가의 하루를 통째로 흔든다.


현장은 늘 이런 식이다. 한 사람의 컨디션은 개인의 일이지만 그 사람이 빠진 자리는 늘 집단의 몫이 된다. 아픔은 숨길 일이 아니지만, 예고 없는 부재는 상대방에게 부담으로 남으니 사절합니다.


그는 근무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객실 점검을 하다 보면 기본적인 요청 사항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본인은 요령이 있다 했다. 가족 중에 모텔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곳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으니 숙박업은 다 안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숙박업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건 아니다. 장소가 다르고 손님층이 다르고 객실 판매량에 따라 일의 밀도는 달라진다.

우리 가게는 번화가에 있다. 지역내에서는 매출이 높은편이다. 그만큼 관리도 까다롭다. 신경 쓰지 않으면 후기가 바로 올라온다. 사실을 말하자면 잘되는 가게의 직원들은 조금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물론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따른다. 다만 그건 ‘버텼을 때’의 이야기.


주간 직원은 오십 대가 넘은 싱글족이다. 나와는 일곱 살쯤 차이가 날까. 그러다 보니 시키는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불평과 잔소리는 유독 많았다. 어떤 날은 내가 왜 이 사람의 신세 한탄을 들어줘야 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십 년 넘게 유지해 온 우리 가게의 시스템을 본인 방식과 다르다며 자꾸 바꾸려 든다. 항상 같은 말로 시작한다.


“제안 하나 드리자면…”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다이소에서 사는 거 말고 백화점 가면 향초 큰 게 있는데 그게 효과가 훨씬 좋아요.”


그런 건 나도 안다. 백화점 제품이 좋은 거. 그럼 그 비용은 대신 내주남. 방 하나에 삼만 원짜리 향초를 넣으면 서른다섯 개만 깔아도 백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래서 가끔은 그냥 속으로만 말한다. 시키는 일이라도 제대로 하시라고. 나이가 벼슬은 아니지 않은가. 이상하게도 직원들은 조금만 잘해주면 바라는 게 많아진다. 감사는 금방 사라지고 요구만 남는다. 장부 정리는 늘 엉터리고 그때마다 중간 교대자인 나만 욕을 먹는다. 필수 조건인 운전면허증도 없다. 발렛 파킹을 못 하면 주차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이중 주차나 주차선 위반이라도 제대로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사정을 봐서 고용하긴 했지만 결국 손해는 우리몫이다. 떠나는 사람의 뒤통수에 대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 끝에 어렵사리 문자 한 통과 결산한 금액을 입금했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과 실제 업무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해는 관계를 부드럽게 하지만 운영은 오직 결과만을 요구한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가게 운영을 선택했다.

감정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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