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의 양심

바가지요금

by 서호

내가 내 입으로 바가지요금이래.


동네 왜 이러시나?

방값이 20만 원이 넘는 곳까지 있다니. 원래 3.5-4만 원 받던 후진 곳들인데 말이야.


우리도 질세라 10만 원부터 22만 원까지 책정. 그러나 만실. 없어서 팔지 못하였다. 7만 원에 미리예약을 하고 사정상 못 온다는 고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원래 당일 취소는 수수료 100%이다. "사용하지 않았으니 환불해 주세요!" 예약 후 노쇼가 될 경우 환불은 불가다. 예약을 하는 순간 해당'객실판매완료'되므로 다른 고객들이 예약할 수 없게 된다. 또 판매자는 다음날 새벽 2-4시까지 예약 고객이 오길 기다리며 해당 객실을 비워둔다. 노쇼라고 해도 다른 고객에게 판매하지 않는다. 고객이 늦은 체크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방값은 20만 원대까지 치솟았으므로 흔쾌히 7만 원 예약고객 100% 환불을 진행한다. 취소 처리를 마치고 사이트에 22만 원을 올리자마자 예약알람이 뜬다. 이 돈을 주고 여행을 오다니 판매자가 봐도 신기할 따름이다.


일말의 양심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 끝에 대청소 결정. 아침 7시부터 시아버님, 남편, 나, 아들, 주간직원, 청소팀 2명, 후에 엄마까지 총동원되어 객실 하나하나 구석구석 먼지 닦기. 35개 대청소 완료. 오후 4시 넘어가니 곡소리가 절로 난다. 침구류도 업체 맡기는 것 이외에 우리가 운영하는 코인빨래방에서 재세탁(시트지로 좋은 향기 주기 위함)을 했다.

청소를 마치고 마트로 향했다. 카스 캔맥주와 요구르트, 찹쌀떡을 구입하고, 화장품가게에 들러 마스크팩 수십 장을 샀다. 컵라면은 팔도도시락, 육개장을 미리 주문해 두었다. 룸마다 캔맥주, 요구르트, 찹쌀떡을 웰컴드링크/쿠키로 준비하고 일회용 실내화와 마스크팩도 세팅했다. 로비에 캐러멜팝콘도 듬뿍 튀기고, 제빙기도 2대 설치해 넉넉한 얼음을 제공했다. 식빵도 두 줄로 세웠다.

준비 끝.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뒤로하는 퇴근길이다. 반짝반짝 별이 빛나는 밤에.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8화연휴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