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장 May 22. 2024

건축가가 글을 쓰는 이유

건축가의 외유 外遊 -   글나들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나는 건축가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주로 개인 건축주의 집과 작은 건축물을 설계하고 있다. 나의 사무소를 연지는 8년째, 개인 사무소를 열기 전에는 대기업 사무소와 글로벌 디자인 사무소에서 건축가로 활동했다.


건축가가 설계 작품 활동만 잘하면 되었지, 글을 왜 쓰고 있는지, 그것도 100일 동안 글을 쓰는 백일 백장을 통해 활동을 하는지를 밝혀야겠다.  그래야 작심삼일로 도중에 그만두거나, 글쓰기의 목적과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일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유와 목적을 밝히는 것이 어떤 경로에서 이 글을 잃는 독자를 위한 배려라라.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건축의 문턱을 낮춰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건축은 의식주의 카테고리에 속하며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건축에 관하여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진다. 실제로 건축관련 된 것들은 많은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건축가로 활동하고 하나의 집을 설계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정보를 많이 접하는데 이것들만 잘 전달해도 건축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음악처럼 듣고 드라마처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   


창작자로서는 건축활동이 좋지만 힘든 점이 많다. 건축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서 오는 아쉬움을 글을 쓰며 보완하고 싶다. 건축은 오래 걸리지만 글을 즉각적이다. 건축은 강하지만 글은 부드럽다.  건축은 철, 콘크리트 같은 단단하고 절대 불멸하고 변함없는 아주 단단한 무엇이다. 그것은 강도도 그렇지만  만들어내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러 사람을 통해서만 실체를 드러낸다. 나만 잘해서 도니는일이 ㅎ나도 없다. 설계실무를 할 때 처음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완성까지 만 3년이 걸렸다. 큰 사무실에서 건축하나 하는데 삼 년은 약과다.  오 년 혹은 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 성과를 느끼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또 인내로 채워진다.   


글은 중력과 무게가 없고 사고를 통해서 빠르게 완성되고, 전파도 가능하다. 건축은 하나의 땅에 소유자에게 독점되지만 글을 얼마든지 공유가 가능하다.  건축에서 이룰 수 없는 부분을 글을 통해 만들고 나누고 싶다.  


어느 피아니스트는 음악으로 못 채우는 갈증을 요리로 채운다고 말했다.  음악은 실체가 없이 흘러버리지만 요리는 만지고 먹으며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어서 좋아한다며. 그렇게 모든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에 애정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큰 허무를 느끼기도 한다. 그 허무를 채워주는 것은 반대적인 속성이 있는 취미다. 나는 글을 쓰며 건축과 밸런스를 유지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건축가의 외유라고 할 수 있겠다.


건축가의 외유 外遊-  1) 글나들이

목차

-       내가 글을 쓰는 이유

-       내가 쓰는 글은 무엇인가

-       나의 독자는 누구인가

작가의 이전글 100일 금주 끝! 그리고 이후의 음주계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