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글쓰기
Vip 신드롬 _ 1부
‘vip 신드롬’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의사들끼리 하는 말인데, 중요한(vip) 환자라 생각해서 특별히 신경을 썼지만, 오히려 예후가 좋지 않다는 말로, 즉 치료에는 역효과를 낸다는 말이다. 병원장이나 자신의 가족이 입원하면 의사가 누군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신경이 쓰이면 자신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고 어렵다. 그것이 vip신드롬이다
건축에도 vip 신드롬이 있다.
대표적으로 친한 지인이나 가족의 집을 설계하면 망한다는 말이다. 건축주, 클라이언트의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 그리고 나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렵다. 특히 가까운 사람이면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일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건축의 vip 중에는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도 있다.
몇만 팔로워를 지녔거나 건축관련해서 파워블로로가 된 사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건축가나 시공사에게 소위 말하는 딜을 치면서, 자신의 집을 잘 설계하면 돈을로 살 수 없는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을 하기도한다. 요즘은 공간관련 컨텐츠나 쇼핑이 상당히 인기가 많아서, 그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미끼로 프로젝트를 딜을 한다면 거절하기 쉽지않다.
그렇게 소위 중요한 설계를 맡은 사람은 vip 신드롬에 걸릴 확률이 높다. 너무 신경을 써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한마디로 실력을 발휘하고 집중할 시간에 ‘잎새에 이는 바람도 괴롭’기 십상이다.
티비에서 소개된 명의나 스타건축가가 아닌 나에게도 그런 위기가 있었다. 개인 사무소를 열게 된 계기의 첫 번째 건축주는 가족이었고 두 번째는 친한 친구였다. 건축가에게 가족과 친구는 기피 대상이다. 그만큼 감정을 배제하고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존재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다행이도 서로 기대할 것 이상의 기대를 하지 않았고, 신경을 더 쓴다한들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지, 가장 어렵다는 건축주인 친구와 가족은 vip 신드롬 없이 잘 넘겼다.
그 이후에 만난 건축주는 또 다른 차원의 vip 였다. 유명기자와 대학교 부총장 등 속칭 인플루언서다.
건축주를 만나는 자리에서 내가 물었다.
“주변에 아는 건축가가 있지 않으세요?
저 말고 더 실력있고 유명한 분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그런 분들은 참 현명했다. 자신이 vip 신드롬에 걸리지 않게, 자신의 유명세나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자신의 눈으로 고른 건축가를 찾아온 것이다. 나야 고맙지만, 명함을 보는 순간 심장 박동이 치솟는 것은 사실 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나의 vip 신드롬 극복기는 다음화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