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금주일기
백일 금주 뒤, 첫 술
첫 술의 스타트는 맥주였다. 아무 흔히 말하는 식전주로서 맥주한잔. 식사는 레스토랑에 코스요리로 저녁을 예약해 놓았기에, 와인을 곁들일 예정이었다.
첫 술은 무엇이 어울릴까 곰곰히 생각 했었다. 여러 모로 맥주가 적합했다. 맥주는 첫모금이 좋다. 시원함과 청량함감이 동시에 들고 벌컥 들이킬 때의 만족감도 크다. 도수가 낮아서 부담도 덜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술들은 첫 스타트의 타이틀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종류가 정해졌으니 어디서 어떤 맥주를 마실 것인지 신중히 고민해서 정했다. 분위기가 중요하다. 100일 금주를 잘 마친 나를 축하할 수 있는 밝은 분위기를 생각했다. 술자리 3차로 가는 노가리 포차 같은 분위기는 아니여야 했고, 편의점 캔 맥주도 제외되었다. 너무 일상 냄새가 난다. 그래도 나름의 기념일 이기에 활기가 도는 펍, 맥주 한잔하면서 가벼운 게임도 하는 그런 곳이 하나 생각 났다. 이태원에 있는 JR펍이다. 포켓볼 테이블과 다트 게임도 있는 미국식 스포츠 바 분위기라, 술만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라 딱 좋았다.
계획은 완벽했다. 그러나 실제로 첫 맥주는 사무실에서 마신 ‘아사히 생맥주 캔’이 되어버렸다. 그날은 업무 일정이 바빠서 부지런히 움직였으나 식사 전에 십여분정도 밖에 시간이 없었다. 이럴 때 펍에가서 분위기를 즐기고 말고 할 시갅거 여유가 없었기에, 계획 수정은 불가피 했다. 내가 업무를 보고 바쁘게 지내는 사이에 친구가 맥주 두캔을 사왔다. 맥주가 아사이 생맥주인 것에서 센스가 느껴졌다. 아사히 생맥주 캔은 한때 품절대란이 일어났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 쌉싸름한 맛과 풍부한 거품, 그리고 생맥주 캔이라는 컨셉이 다른 캔 맥주보다 좀 더 특별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카스나 테라는 좀 안 어울리지.
그렇게 100일금주의 성공 기념하고, 첫 스타트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