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장 May 14. 2024

예고의 힘

100일백장 2일차 --베이브 루스의 called shot을 생각하다

[100-2]  예고의 힘


매주 화 금 오전은 대학강의가 있는 날이다. 

오늘은 5월 14일 화요일,


‘음? 오늘은 전날인데 그냥 지나가지 않을까?’ 


살짝 스친 ‘그날’은 스승의 날이다.   대학 겸임교수가 무슨 스승의 날인가 싶은데, 머쓱한 이날을 일년에 한번쯤은 견디어 내야한다. 

우리반은 C반인데, 옆 B반 학생들이 복도에서 분주하게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저 반은 티 나게 준비를 했나보군’  

살짝 옅 본 옆반의 책상에는 칸쵸 과자를 케잌 모양으로 쌓아두고 옆에 꽃도 준비한거같았다. 케잌보다 이게 낫지. 아침9시부터 케잌에 초 부는건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우리반은 조용히 평소와 다르지 않게 조용히 수업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핸드폰으로 음악들 틀고 뒤에서 카네이션 꽃을 가지고 걸어나왔다. 음악은 유투브에서 찾은 스승의 날 노래.  이 정도의 서프라이즈는 귀여운 편이네.  손짓으로 뒤에 화이트보드를 보라고해서 뒤돌아보니 카네이션을 한가득 그려놓았다. ‘아~ 카네이션이야?’  고마워.  카이이션 그림 옆에는  윤주연 교수님이라면서 내 얼굴도 그려놨다.  ‘만수무강하세요’ 라는 글씨와 함께 . 기념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뒀다. 


이런 것을 받으면 화답으로 회식 대형으로 앉아서 두런 두런 덕담이라도 나눠줘야 할 것 같은데, 꽃 증정식으로 담백한 스승의 날 행사를 마치고 곧바로 수업을 시작해서 4시간을 내리 채워냈다 



‘그럼 오늘 수업은 끝. 다음시간에 보자’ 며 이만 총총.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수업을 마친다. 


하지만 수업 마치고 오는 길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았다. 

‘점심에 샌드위치라도 같이 사줄걸 그랬나. 뭔가 같이 먹지 않으니 허전한 마음에 수업후에 돌아오는 길에 설계 반 단톡에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꽃도 주고 고마워요

답례로 금요일에 샌드위치 쏘겠습니다

서브웨이 or 피자’ 


그러자 조용했던 단톡방에 귀여운 이모티콘이 쫘르륵 올라오면서 화색이 가득하다.  감사합니다. 좋아요. 감동이에요. 하트 우수수.  그러다 누가 대화의 물살이 ‘저는 피자가 좋아요’ 로 급변경이된다. 이어지는 미투 릴레이 저도요! 저도요!!! 저도 피자가 좋아요

‘그래도 금요일에 우리 피자 먹어요’로 훈훈하게 대화의 방점을 찍는다.


이것은 참 기분 좋은 예고였다. 

오늘 당장 피자를 사줬으면 못 느꼈을 예고편의 기대감이 퍼져나갔다.  말랑 말랑한 감정이 피자 치즈처럼 주욱 늘어서 금요일 점심에 정점을 이룰 것만 같다. 예고에는 힘의 위력을 깨닫는 정도였다.  


예고의 힘,

전설의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는 예고 홈런 (called shot)으로 더 유명해졌다. 타석에 올라서면 손으로 펜스너머를 가르치며 홈런을 칠 것을 예고 했다는 그것이다. 설령 그가 항상 예고후에 홈런홈 친 것은 아니였을지언정 그의 홈런 예고는 그의 실력의 상징처럼 되었다. 예고 홈런의 제스추어를 본 상대 투수는 공포를 느꼈을 정도란다.


나도 베이브 루스처럼 되어보자. 


실패를 두려워하여 예고나 확언을 하지 않고 모든 일이 확정 되었을 때 소식을 전하던 던 나의 생활을 바꿔보고 싶어졌다.  즐거운 예고로 현실을 만들기로. 100일 금주도하고 100일 100장도하고, 우주 책도 원하는 만큼 쓰고 ,건축상도 타자. 


여튼 이번주 금요일 점심은 10명의 피자가 예정되었다.  이미 메뉴판도 다 훑었음은 물론이다. 


#책과강연 #백일백장글쓰기

작가의 이전글 100일의 글쓰기를 시작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