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의 스피치 무대

강연회 모임 후기

by 백수광부

보통 사람이 청중들 앞에서 '강연'할 기회가 쉬이 있을까?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가 목적이 아닌,

기저에 깔린 어떤 목적도 없는 보통 사람의 강연. 그저 그것이 하고 싶었다.


이 일을 추진하면서 질문을 제법 받았다.

"어떻게 이런 걸 할 생각을 했어요?"


스피치 관련 책을 읽다가 생각이 난 아이디어였다. 그것이 뭉게뭉게 커졌다. 마음이 설레면 스르르 행동으로 이어진다.

나는 그렇다.


이래저래 말 많이 붙일 필요 없이 기획의도는 딱 하나.


그냥, 하고 싶어서.


기획한 걸 SNS에 올렸다. 소심하게 올리고 기다렸다. '소심하게' 올린 이유는 '백수광부'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어느 정도 이해해 줄 몇 명의 소수만을 원했기 때문이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니 우당탕탕은 예상되어 있었는데, 그조차도 서로 이해하고 따뜻하게 품어줄 사람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는 게 목표였다고나 할까?


보통 사람들의 스피치 무대
- 10인 이내 소규모
- 강연자 = 청중
- 15분 이내 자유주제 강연
- 말하기 연습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 모집

[강연주제]
나의 OO도전기, 인문학 산책, 나의 문화산출물 소개, 인생철학, 장기자랑 등 멤버가 정해지면 청중을 고려한 주제 선정을 권함. 강연을 기회 삼아 새로운 챌린지를 해보는 것도 추천함.

https://blog.naver.com/100real-/223914438914


'백수광부'로 알게 된 온라인 글친구 4명이 뜻을 함께 했다.


서로의 얼굴도 몰라요.

본명도 몰라요.

하지만 글 쓰는 거 알아요.

책 좋아하는 것도 알아요.


여러 번의 밀당 끝에 일시와 장소를 정했다. 이후 한 달 동안은 각자 강연 주제와 원고, 발표 준비 기간이었다. 내가 주제를 많이 고민한 만큼 그들도 그랬을 것이고, 내가 원고를 집적거리며 뒤집었다 엎었다 할 때 그들도 그랬을 것이다. 15분 안에 청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강연을 한다는 것, 그걸 준비하는 과정은 제법 에너지가 들었지만 설렜다.


드디어 그날.

2025년 8월 9일, 막이 올랐다.



존재에 대한 증명
: 나 지금 여기 잘 살아있어요.

당신을 향한 응원
: 내가 그 어떤 당신이라도 응원할게요.

우리를 위한 추억
: 오늘은 우리에게 특별한 날이 될 거예요.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말할 단어에 대한 선명한 경험이며
내용을 장악할 정도의 깊은 사색입니다.
그게 충분해지면 나의 무대도 저절로 빛나게 됩니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이미 빛이므로.

- 작가, 김종원 -








인사하기 : 첫 얼굴대면
시 낭독 [안개별]

강연 1 : 나를 안아주는 법 [안개별]
+ 강연 소감 필사 (청중)
강연 2 : 소통에 대하여 [이안]
+ 강연 소감 필사 (청중)
강연 3 : 독서일기의 효능 [분노]
+ 강연 소감 필사 (청중)
강연 4 : Only One : 나만의 이야기를 쓰다.[백수광부]
+ 강연 소감 필사 (청중)
강연 5 : 못 먹어도 Go! [도란도란]

소설 낭독 [도란도란]
+ 강연 소감 필사 (청중)
뒤풀이 : 늦은 점심과 티타임




[안개별님]

브런치에서 알게 된 분.

그녀의 글을 읽으면 마음까지 맑고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며 '이렇게 착한 사람이 존재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녀를 만나고 나의 의구심을 발로 뻥 차버렸다.


존재하더라.

존재했다.

내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녀는 상대를 환하게 웃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았다. 명랑하고 예쁜 미소를 가졌고 매력적인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거기에 내숭쟁이가 아닌 솔직함까지 가지고 있는 여인. 이 정도면 거만해도 되는 거 아닌가?

모인 멤버 중 막내인 그녀의 싹싹함과 발 빠른 서비스는 모두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커피 내려, 과자 세팅해, 사진 찍어, 장소 알려줘, 주차정산 알려줘. 다 해준다 다 해줘^^)


강연은 더 훌륭했다. '나를 안아주는 법'은 모두를 포근하게 만들었다. 다소 외로웠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 상처를 잘 극복하여 지금은 아주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성인으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를 안아주는 법'을 터득했고 주변인들에게 그 사랑을 퍼주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따뜻한 글로 많은 이들을 포근하게 안아주시길 응원한다.



[이안님]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서 알게 된 분.

서글서글 시원하고 솔직 담백한 성격에 꾸민 듯 안 꾸민 듯 세련된 이미지의 그녀.

인간 자체에서 발광하는 빛인지, 반짝이를 곱게 뿌려서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햇살정원에 내리쬐는 빛과 같이 따사로움이 느껴졌다.


바쁘지만, '글 쓰는 삶, 책 읽는 삶'을 놓지 않기 위해 독서모임과 글쓰기모임을 꾸준히 하신다고 하셨다. 책도 꾸준히 사서 쟁여두신다.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다.


강연 주제는 '소통'에 관한 것이었다. 장소로 운전해 오면서 최종 강연 주제를 정했다고 하셨다. 강연을 듣다 보니 왜 마지막까지 고민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강연 내용은 아주 사적인 가족 얘기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용기를 낸 그녀의 이야기는 감동 스토리 그 자체였다. 본인은 '두서없이' 말했다고 하셨지만 '완벽한 서사'였다.


원가족의 소통 부재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지금은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 행복한 가족으로 하나가 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프신 부모님을 직접 돌보면서 느끼고 깨달은 바가 있어 노인복지를 위해 힘쓰는 삶을 택하셨다고 했다. 그 꿈의 시작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어르신에게는 행복을, 보호자에게는 믿음을 주는 노인복지를 실현하고 싶다고 하셨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삶 사시길 기원한다.



[분노님]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서 알게 된 분.

닉네임 '분노'랑은 어울리지 않는 곱고 우아하신 분이다. 하지만,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하는 명쾌한 사색녀이다. 늘 백수광부가 하는 것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보는 분이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그녀의 통찰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곰곰이 관찰했더니 그건 '깊은 독서'에서였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건 분노님 같은 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소설과 동화, 그림책을 특히 사랑한다.

그녀의 SNS는 책과 서평이 가득하다. 참 정성스러운 사랑과 비판이 담겨있는 글을 볼 때마다 놀란다. 작가와 글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다.

강연 주제는 '독서 일기의 효능'에 대해서였다. 분노님이 소개한 일기의 효능 중 이 문구에서 웃음이 났다.


'오늘도 나는 살인을 참았다.'


그녀가 '살인충동(^^)을 참아내며 정성을 들인 독서일기'를 강연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었다.

그저,

다들,

입이 쩍!


"선물을 하사하셔서 감개가 무량합니다."


책을 읽고 감명 깊은 부분을 필사하고 그림까지 그려 넣은 이 유니크하고 사랑스러운 그림 엽서를 선물로 받다니 너무 감동이었다. 색감도 필체도 문구도 모든 것이 완벽한 이 작품들을 더 감상하고 싶으신 분은 그녀의 SNS로 구경가도 좋을 것 같다.


[백수광부님]

나의 강연주제는 'Only One : 나만의 이야기를 쓰다.'였다.

22개월 정도 나의 글인생에 대해서 소개하는 자리였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글쓰기가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가 나에게 성취와 감동을 준 이야기를 전했다.


나에게 관대한 나의 삶.

나를 추켜세우며 주체적으로 살아온 삶.


뭐 딱히 자랑할 만큼 잘난 사람은 아니지만 결국 나를 사랑해 온 사람.

그것에 대해서 얘기했다.


멋있다고 해주는 분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나는 '멋지다' 이 말을 아주 좋아하니까!


강연 내용은 기회 되면 다음에 글로 남겨 보겠다.



[도란도란 님]

브런치에서 알게 된 분.

브런치라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할 뻔한 조각배에 돛을 달아준 글친구.

진심 어린 댓글로 나를 계속 글 쓰게 해 준 그녀.


'도란도란'한 그녀는 '도란도란' 그 자체다.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딱 붙어 조곤조곤 재미난 얘기를 들려주는 단짝 친구 이미지.

그녀의 블로그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그녀는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다.


그녀가 강연에 앞서 무언가를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출처가 남양주 어느 문화센터란다. 그것도 공중 화장실이란다. 예상되는 냄새조차 참으라고 호통치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우리들이 실천하지 않을까 봐 깨끗하게 출력해서 코팅까지 해서 나눠준 도란도란님, 역시 도란도란하다. 좋은 향이 나는(!) 그것을 집 냉장고 앞에 딱 붙여놓았다.



"결과를 두려워하고 먼저 고민하라.
모든 음식은 위대하다.
- 애주 백수광부-



그녀의 강연주제는 '못 먹어도 Go!'였다. 그녀가 브런치에 쓰는 소설 제목이기도 했다. 고스톱 얘기 아니고 '시작의 위대함'에 대한 내용이니 읽으러 가시길 바란다.


도란도란님의 메시지는 두려워말고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꾸준히 하고 있다는 세 가지가 기억난다.


독서, 글 쓰기, 달리기.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동화와 소설 쓰기를 꾸준히 쓰고, 마라톤도 하는 그대는 못하는 게 뭐요? (그림도 그리고)

마라톤 대회 챔피언을 노리며 한강변을 꾸준히 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강연은 힘이 있었고 다정했고 화사했다. 소설낭독 목소리는 왜 이렇게 청량한 것인지?

동화 속 아이처럼 맑은 도란도란님이 동화작가로 우뚝 서는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그게 바로 아동복지다.





나에게 도착한 러브레터를 공개한다. 강연 후 서로가 서로에서 써준 감상평이다. 러브레터는 원래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공개를 안 할 수 없을 정도로 자랑하고 싶다. (멤버들! 저 블러처리 살짝 하긴 했어요. 하하하.)







강연이 끝나고 모두들 긴장한 탓인지 빛의 속도로 돌솥밥을 후딱 해치웠다. 제법 정신을 차리고 차를 마시며 본격적인 아줌마들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그제야 더욱 편해진 모습이었다.


보통 사람이지만 보통 아니신 분들!
저......
반짝이는 와인 한 잔 마시고 취한 듯.
그날......
많이 행복했습니다.



강연자 5인에게 관심이 간다면 구경 가세요.




[안개별]

안개별의 브런치스토리


[이안]

햇살정원 재가복지센터


[분노]

분노의 책 이야기


[백수광부]

글 쓰는 백수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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