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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지 않는다. 사라진다.

<뱀과 물>, 배수아

by 야옹이

어린 시절, 그것은 막 덤벼들기 직전의 야수와 같았다고 여교사는 생각했다. 모든 비명이 터지기 직전, 입들은 가장 적막했다. 시간과 공기는 맑은 술처럼 여교사의 갈비뼈 사이에 고여 있었다. 염세적인 사람은 일생에 걸친 일기를 쓴다. 그가 어린 시절에 대해서 쓰고 있는 동안은 어린 시절을 잊는다. 갖지 않는다. 사라진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배수아 작가님, 단편소설집 인데, 베르세르크의 유혈이 낭자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글을 잘 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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