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7) <15일차>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베란다로 비치는 하늘 색깔을 보니 오늘은 예상대로 비가 온다.
짐은 어제 다 쌓아 놓았고, KTX 예약도 넉넉하게 출발 후 3시간 후 도착편으로 하였다.
정말 마지막 날 아침이기에 한 십분정도 명선교에 가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구경했다.
이제는 눈감고 그려보라고 하면 비슷하게 흉내도 낼 수 있을 것 같다.
충분히 잘 쉬었다.
이제는 여기서 무엇을 더 하든 새로움과 기쁨은 덜 할 것 같았다.
애초에 대단한 영감을 얻고자, 계획을 가지고 온 여행이 아니다. 그냥 날은 덥고 시간은 많으니 넉넉한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은 마음 뿐 이었다. 시내버스를 두 번 갈아타서 두 시간만에 울산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열차 시간을 조금 앞당겨 탑승하였다. 올라오는 기차안에서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집에 도착하자 고양이들이 반겼고, 짐을 정리하는 동안 어머니께서 외출 후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늘 한결같이 깔끔한 성격으로, 집을 항상 꺠끗하게 정리하셨다. 아들의 빈 방에 이불 배게를 뽀송뽀송하게 세탁해서 가지런히 청소하셨다. 여행이 고생스럽지는 않았지만 모든게 갖춰진 집을 떠나 외딴곳에서 살아보니 그동안 내가 살던 내집, 내방, 어머니품이 얼마나 아늑했던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오는길에 사온 어묵을 어머니와 나눠먹으며, 뉴스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흰둥이, 사랑이의 애교와 귀여운 짓을 바라보며, 어머니와 같이 시간을 보냈다.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와서인지, 다시 전에 나쁜 습관인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다 잠들었다.
여행은 끝이 났지만 이제 실전인생은 다시 시작이기에 시간을 아껴 쓰면서 달라진 인생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