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by 야옹이

회사 생활을 통해 배운 또 한 가지는 이 세상 대부분의 인간은 남에게 명령을 받고 그걸 따르는 일에 특별히 저항감을 갖지 않는다는 거야. 오히려 명령을 받는 데 기쁨마저 느끼지. 물론 불평불만이야 하지만 그건 진심이 아냐. 그냥 습관적으로 투덜대는 것뿐이야. 자신의 머리로 뭔가를 생각하라, 책임을 가지고 판단하라고 하면 그냥 혼란에 빠지는 거야. 그러면 바로 그 부분을 비즈니스 포인트로 삼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거지. 간단한 일이야. 알겠어?


쓰쿠르는 입을 다문 채였다. 의견을 구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 하고 싶지 않은 것, 당하고 싶지 않는 것을 생각나는 대로 모두 리스트로 작성했지. 그리고 그 리스트를 기반으로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에 따라 계통적으로 움직이는 인재를 효율적으로 육성할 수 있으리라 확신이 드는 프로그램을 고안했어. 고안했기도 하지만 부분적으로 보면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거야. 신입 사원 때 받은 연수가 많은 도움이 됐어. 거기에 종교적 컬트나 자기 계발 세미나의 수법을 가미했지.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같은 계통의 비즈니스 업무 내용도 연구했어. 심리학 책도 많이 읽었고. 나치 친위대, 미국 해병대의 신병 교육 매뉴얼 등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고. 회사를 그만둔지 반년, 나는 오직 프로그램을 만들언 내는 데 몰두했어. 뭔가 한 가지 테마에 집중해서 일하는 건 옛날부터 잘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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