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죽었다. 엄마와 요시에만 남기고, 엄마와 요시에는 알지 못하는 어떤 여자와 함께 깊은 밤, 이바라키 현의 인적 드문 숲 속에서 차에 탄 채 가스로 동반 자살 해 버리고 말았다. 누구보다 서로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가족의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죽음, 거기 있는 것이 당연했던 소중한 존재의 갑작스러운 상실 이후, 남은 가족은 매일의 사소한 행복이라는 것을 잊고 살게 된다. 아빠를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찾아든 거리 시모키타자와. 아침이면 막 문을 연 카페에서 달콤한 커피향이 풍겨 오고, 밤이면 하루치의 이야기를 안고 모여든 사람들이 나누는 사연이 들려오는 그 거리에서, 요시에는 아빠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원했을 단순한 소망을 나 또한 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밀려난 것들, 마음만 놓아두고 이곳을 떠난 것들이 남긴 상념의 잔해가 데굴데굴 나뒹구는 기억의 전쟁터에 꽃을 바치듯 하루하루 발자국을 새기며 걸어간다.
―284~28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