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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Dec 07. 2023

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이윤주,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인간의 뇌에는 감정을 관장하는 부위와 이성을 관장하는 부위가 따로 있다. 전자가 편도체, 후자가 전전두엽이다. 슬픔에 빠지면 편도체가 과로한다. 그런데 그 슬픔을 '슬프다'라고 쓰는 순간 편도체가 쉬고 전전두엽이 일한다. 슬픔의 진창에서 발을 빼고 '슬프다'라는 언어를 가만히 응시할 수 있는 것이다. 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그 대신 내가 슬픔을 '본다'. 쓰기 전에 슬픔은 나 자신이었지만 쓰고 난 후에는 내게서 분리된다. 손으로 공을 굴리듯, 그것은 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무엇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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