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언니에게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았던 세계에서

by 강하라



과거의 나는 여행 중에 때때로 여행의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긴 비행시간, 공항 갈 때의 급박함, 불안, 조급함, 집을 떠나는 것, 돈과 시간을 들여 잠시 머물 곳을 찾아보는 것. 갈았는지 아닌지 모르는 침대 시트와 뜬금없이 나타나는 이름 모를 벌레들, 입맛에 맞지 않는 미슐렝 식당들, 나를 믿고 출발하지만 믿기는 어려운 모험 길. 선택과 후회의 갈래들 속에서 밤마다 일기장에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그러니까 무던함 속에 숨어있던 예민함, 뾰족함을 글로 벼뤄두지 않으면, 여행 내의 기묘한 불안과 긴장감은 '집에 가고 싶다' 한마디로 응축되고 만다.


시간 많은 내가 제주도나 세계 어딘가에서 한 달씩 지낼 때마다, 주말 내 짬을 내 여행 왔다는 사람들을 볼 때 와... 그들과 나는 정말로 다른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여전히 그렇다.) 해외 어딘가에 별장이 있고, 돈이 넘쳐흐르고, 순간이동 능력이 있지 않는 이상 여행은 언제나 현실 자각 시간의 연속이다. 누군가가 곁에 있지 않는 이상 스스로 이 여정을 결정하기에 나는 너무 현실에 만족하고 귀찮음 많은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번 치앙마이 두 달 살기는 어떤가. (언니는 '살기'와 '여행'의 차이가 뭔지 궁금해했고 나도 여전히 궁금하긴 하다) 후련하게 하루를 끝마치고 발 뻗고 자는 바람에 문득 일기장을 펴면 텅 빈 페이지를 몇 장 더 넘겨야 했다. 강박적인 영어단어 외우기나 일기 루틴을 건너뛰고도 만족할 만큼 알찬 하루하루를 살아냈기 때문에.


우리는 스쳐 갈 법한 풍경 속에서 서로의 사진을 수없이 찍어내고, 청춘 영화 같다는 말이나 행복의 한계치를 찍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내뱉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행복을 원 없이 내뱉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이것이 우리의 낭만이고, 그것이 내뱉고 기록됨으로써 영원해질 수 있다는 것,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는 얼마나 무한할까?언니를 생각하면가슴 한편이 뭉클해져.내가 받은 사랑을 헤아려보다가 눈물이 흐를 뻔한 적도 몇 번이다.


비행기를 기다리면서나는 더 이상 상상하지 않아도 상상 이상의 행복으로 나를 데려다 놓은 이 우주를 온전히 믿을 수 있게 되었지.


그렇다면 우리에게 몇 번의 여름이 더 남았을까?


우리는 얼마나 더 달콤한 망고와 핑크 구아바를 맛보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 둥근 지구가 내 안에서 더 둥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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