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미용실 디자이너에게서 배운 마케팅의 본질
저에게는 미용실 유목민 생활을 청산하게 해 준
단골 미용실 디자이너 선생님이 계십니다.
최근 4년 동안 세 번이나 샵을 옮기셨는데,
어쩌다 보니 저도 세 번 다 따라갔어요.
머리를 잘하는 것만이 이유는 아니에요.
그분이 보여준 실력뿐만 아니라
신뢰감 있는 태도,
그리고 대화 스킬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건 소정의 약값만 내고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죠.
솔직히 이런 경우 대충 하는 디자이너도 많은데,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따뜻한 핫팩을 건네며 환대해 주시고,
부담스럽지 않은 대화로 긴장을 풀어주시더라고요.
볼륨매직 시술이 시작됐는데,
매직도 하기 전 커트만 무려 1시간이 걸렸습니다.
젖은 머리 상태로 꼼꼼히 자르고,
볼륨매직이 끝난 뒤 마른 머리로
한 번 더 커트를 해주셨어요.
세심하고 정확한 커트 덕분에
집에서 아무렇게나 말려도 머리 결이 예쁘게 잡혔습니다.
포트폴리오용 사진을 위한 시술이었지만,
나중에도 관리하기 쉽도록 신경 써주신 것이죠.
해주신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
집에 와서 자발적으로 블로그 리뷰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추가 시술을 강요하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미용실에서 흔히 겪는 불쾌함 중 하나가
클리닉, 케어 등등 소비자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현 머리 상태에 대한 평가와 함께 강요하는 것인데요.
이 디자이너는 필요한 건 조용히 제안하고
선택은 제 몫으로 남겨두었습니다.
클리닉의 단계와 특징, 비용을 보여주시고
원하신다면 추가해서 시술도 가능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듣기 좋은 언어’의 힘도 배웠습니다.
머리숱이 과하게 많다, 결이 많이 상했다 같은 말은
고객 입장에서 듣기 싫을 때가 많거든요.
(보통 자신의 머리 상태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도 그런 표현을 쓰지 않으시고,
대신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관리법과 주기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고객을 배려한 언어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샴푸부터 마무리 케어까지 보조 없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에서 더욱 신뢰감이 생기더라고요.
매번 방문할 때마다 흔한 영업 멘트 하나 없지만,
이 디자이너 분이 있는 샵을
계속 재방문할 이유는 확실합니다.
1. 한결같은 실력
2. 고객을 배려하는 언어
3. 친절한 설명과 구체적인 예시
마케팅의 본질은
결국 화려한 광고 문구나 공격적인 영업이 아니라,
진정성에서 비롯된 신뢰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 없이도,
한 번 방문한 고객을 다시 오게 만드는 태도와 실력.
그게 이 디자이너의 가장 큰 무기였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