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과 왜가리
숲과 냇물이 있는 이곳은 아침마다 나를 끌어당긴다.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산책은 내 삶의 의식처럼 루틴이 되어간다.
오늘은 쉬어볼까 생각을 하다가도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하고 몸이 찌뿌둥하여 자동반사적으로 출동이다.
숲 입구까지 걷는 동안 잠자던 오감이 깨어난다. 마음은 신선한 생선처럼 팔딱거린다.
매일 보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 애들은 가만히 있는데 나 혼자 미소 지으며 바라보거나 혼잣말을 한다. 어제와 달라진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맨 먼저 숲 입구에서 반겨주는 것은 노란 수련이다. 수련은 해 시계와 같다. 내가 좀 일찍 가면 수련은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해가 떠오르는 것에 맞춰 서서히 기지개를 편다.
연꽃의 시간을 보며 나의 생각은 삼국지의 제갈량에 이른다. 그는 별의 움직임과 구름의 흐름, 기온 등을 관찰하여 며칠 후 남동풍이 불 거라는 걸 예측하고 불붙은 배를 조조 진영으로 날려보내 전투에 크게 승리한다. 평상시 자연을 세심히 관찰해온 결과였을 것이다.
시냇물에는 왜가리가 제일 눈에 띈다. 이 녀석은 한동안 수련 주변에서 먹잇감을 구하고 있었다. 처음 왜가리를 만났을 때 그 크기와 자태가 경이로웠다. 내가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고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번은 그 녀석이 먹이 잡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란 적이 있다. 냇가의 풀숲을 계속 주시하며 꼼짝도 안 하고 서있더니 갑자기 거의 총알이 날아가는 속도로 목을 뻗어 그 뾰족한 부리로 먹잇감을 낚아채는 것이다. 그 속도에 놀라서 바라보는데 그 녀석의 호스 같은 목이 느리게 올록볼록 움직인다. 아마도 먹잇감이 살아있는 상태로 식도를 통과하고 있었나 보다.
그 후로 그의 사냥 모습이 신기해서 또 보고 싶어 자주 지켜보고 있었는데 다시 보여주진 않았다.
하지만 늘 볼 수 있었던 모습은 한자리에 꼼짝없이 몇 분이고 서 있는 정지 상태였다.
한 번은 언제까지 그러고 서 있나 유심히 관찰하다가 내가 포기하고 가던 길을 갔다. 그 녀석의 집중력과 인내심에 감탄이 절로 났다.
그리고 그 녀석의 습성이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았다.
-그의 멈춤은 '생존을 위한 매우 본능적이고 전략적인 기다림'
-먹이는 물고기, 개구리, 작은 곤충, 가끔은 들쥐.
-특기는 긴 다리로 물속에 서서 미동도 없이 서 있는 기다림의 달인, 빠른 찌르기로 먹이 사냥.
-동체 시력이 좋아 미세한 움직임도 포착.
-조용하고 차분한 환경에서 최적의 집중을 유지.
-무리를 짓지 않고 주로 혼자 활동.
'그 녀석, 이른 아침마다 먹이 사냥하느라 그렇게 서 있는 거였구나. 부지런하기도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며 새벽 일찍 일터로 향하는 남편을 떠올린다.
며칠 후부터 그 녀석이 안 보인다. 마음 한곳이 허전하고 시냇가 풍경이 밋밋하다. '오늘은 만날 수 있을까' 기대감으로 집을 나선다.
'이거 사랑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