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앙리루소가 쏘아올린 공, 김지명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강연을 먼저 들었다.
화가 앙리 루소에 대한 그녀의 소개는 미술 작품들을 보고 싶게 했다. 그리하여 서평쓰기 이벤트에 신청을 했고, 책을 받아서 읽었다. 읽는 내내 화가에 대한 이해와 작품 감상이 몹시도 즐거웠다. 더불어 작가의 삶에 대한 철학, 예술의 가치와 효용, 중년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김지명 작가는 이과 출신이었으나 사십 대 후반에 노인의 인간 존엄을 실현해 보고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했다. 실습과 근무로 활동이 이어졌지만 자신의 길이 아님을 자각하고 그만둔 때,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우연히 앙리 루소의 그림을 만나 새로운 길을 찾게 된다. 그녀는 그 길로 대학원에 진학하여 예술학 분야에 파고들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관련 분야의 글을 쓰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난을 환영하라.
앙리 루소는 화풍이 없어서 주류에게 지탄을 받고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 대한 신념과 애착이 있었기에 오히려 그렇게라도 주목받게 된 사실에 감사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독특함과 개성을 알아본 피카소는 그의 그림을 극찬했고, 자신도 용기를 내어 숨겨 놓았던 작품을 세상에 드러내게 된다.
고흐가 떠올랐다. 그는 세상이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지 않는 것과 비난하는 것에 괴로워했다. 루소처럼 자기애가 강했더라면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요즘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많은 표현들이 너무 완벽하고 보편적이어서 식상하다.
그래서 더더욱 이상해야 뜨는 세상이다.
최진석 교수가 강연에서 황동혁 감독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영화 '수상한 그녀'가 나왔을 때 우리나라 영화계가 이제 살아나겠다고 예언했단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그 감독은 후에 '오징어 게임' 시리즈로 떴다. '수상한 그녀'는 할머니가 젊은 처녀시절로 돌아가는 황당함에서 출발한다. 황당함에 대한 예찬, 뾰족한 자기 것. 완벽함보다 서툴러도 진정성이 있으면 된다는 그의 예언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비난이 있다는 건 뭔가 이슈와 생각할 만한 특이점이 있다는 것이므로 기뻐할 일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앙리 루소는 이 시대의 선구자였다.
나는 앙리 루소의 그림에 자연 그대로 순수했던 원시 시대를 갈망하고 예찬하는 세계가 있어 기뻤다.
어느 날 커다란 나무들 사이에 만들어 놓은 황톳길을 맨발로 걷다가 커다란 어른 발자국 하나가 찍혀 있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비가 와서 젖었던 땅을 누군가가 걸으면서 남겨 놓았을 것이다. 나는 이 발자국을 바라보며 화석을 떠올렸고 내 주변은 어느덧 공룡 시대로 변해 있었다. 저 건너편에서 목이 긴 공룡이 낙우송의 잎을 먹어치우고 있고, 주변은 양치식물로 가득하고, 나무 위에 침팬지가 앉아 있다. 그리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 벌거벗은 인간들이 맨발로 다니며 사냥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상상은 우주와 자연의 흐름 속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연속성 상의 나의 위치를 발견하게 해주어 숙연함과 경외심을 갖게 했다.
그러고 나서 식물 카페를 갔던 날, 열대식물을 마주하며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커다란 식물의 잎들이 원시림의 잎처럼 정겹게 느껴져 사진에 담았다.
이 그림은 논술 수업 시간에 교재에서 다루었던 작품이다. 미술 작품 감상하고 인상적인 부분 글로 쓰기를 지도했었다. 이 그림이 앙리 루소의 작품이었다니 정말 반가웠다.
루소는 평생 가난과 생계의 불안 속에서 살았다. 게다가 자식들과 부인들도 잃었다.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마흔아홉의 나이에 전업 화가가 되었다. 그런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꿈과 사랑을 바라보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저자는 루소의 그림과 이런 삶의 태도에 감명받아 예술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녀가 위로받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이 책을 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이 우리에게 어떤 힘을 줄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중년의 삶이 더욱 멋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그녀가 전하는 진심 어린 목소리와 루소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