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그렇다.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과연 작가일까?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고, 평가해 주는 이들이 있을 때에라야 글은 생명을 얻는다. 작가는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이다. 비록 자연을 노래하더라도 그 표현에 쓰이는 언어는 인간 사회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타자가 있어야만 작가라는 이름도 가능하다.
나이를 먹어가며 혼자의 시간을 즐기게 되었지만, 오히려 사람 사이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유전과 본질에 가까운 사실임을 느낀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신화를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 힘으로 뭉쳤다.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빠르고 강한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연대는 필수였고, 그 연대가 모여 사회가 발전해 온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남을 도울 때 존재의 가치를 느끼며 행복해한다. 나 또한 그렇다. 나를 작가라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그 부름에 응답하고 싶다.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는 일은 때로 귀찮고 힘들다. 그러나 어느새 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다.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 그 속에서 너와 나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찾아가기 위해 이 곳에 머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