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짐은 실패가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라는 신호대표사진

카페를 나오며

by 문이

처음 가 보는 카페에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문을 나서자마자 가파른 내리막길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본능적으로 마음속에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조심해서, 천천히 가야지.”

다짐을 하며 옆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운동화 바닥이 미끄러졌습니다. 몸이 중심을 잃고 툭 꺾이더니 그대로 아스팔트 위에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팔꿈치와 손등이 쓸렸고 금세 붉은 피가 배어 나왔습니다.

아픔보다 먼저 든 감정은 허탈함이었습니다. 조심하자고 생각하자마자 넘어지다니. 삶은 가끔 이렇게 얄궂은 농담을 던집니다.


돌아보니 그 순간 저는 현존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말처럼, 생각은 종종 현존을 밀어냅니다. “조심해야지”라는 말은 분명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그 짧은 순간 내 의식은 이미 눈앞의 길이 아니라 머릿속의 미래로 가 있었습니다.

발바닥이 지면을 어떻게 딛고 있는지, 경사가 얼마나 가파른지, 몸의 무게가 어디로 쏠리는지, 그런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서 멀어진 것입니다.

진짜 깨어 있음은 머리로 다짐하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발바닥의 감각에, 몸의 중심에,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두는 데 있었습니다.


넘어진 뒤에도 생각은 곧바로 소란을 피웠습니다.

왜 하필 지금일까.

조심하려고 했는데 왜 넘어졌을까.

이런 질문들은 상처를 낫게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통증 위에 불만과 당혹감을 덧칠할 뿐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습니다.


피가 나는 손등을 바라보며, 쓸린 팔꿈치의 화끈거림을 느끼며, 저는 그제야 다시 지금으로 돌아왔습니다. 판단 없이 상처를 바라보고, 아픈 감각 속으로 주의를 가져가는 것. 생각이 만들어 내는 소음 대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일 때 의식도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문득 새벽 트랙 옆 화단에서 보았던 키 작은 소나무가 떠올랐습니다.

소나무는 이동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를 원망하지도 않고 다른 곳을 꿈꾸며 안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온몸으로 숨을 쉽니다. 바람을 받고 빛을 받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묵묵히 통과합니다.

저도 그렇게 해 보기로 했습니다. 넘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다쳤다는 현실을 거부하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서 상처를 닦고 치료하며 숨 쉬기로 했습니다.


넘어짐은 실패가 아니라 다시 지금으로 돌아오라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삶은 때때로 우리를 툭 넘어뜨리지만, 그 자리에서 다시 깨어 있으라고 조용히 일러 주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는 무엇에 걸려 잠시 중심을 잃었을까요.

또 무엇을 붙잡느라 지금 이 순간을 미루고 있을까요.


소나무처럼, 어떤 자리에서도 온몸으로 숨 쉬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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