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채용_2차 면접 편

#장애유형 #장애가준우울감 #장애인으로산다는것

by 박과장

1차 면접은 총 4명을 봤다. 그리고 1명만 2차 면접을 보기로 결정했다. 지금부터 그 1명을 A지원자라고 부르겠다. A는 콘텐츠 제작 관련 학과에 나오고 영상 제작사 경험도 있는 분이었다. 스펙만 두고 봤을 때는 너무나 완벽했다. 근데 장애 체크란에 '신장장애_중증'이 적혀 있었다.

이건 어떤 장애유형이지?

처음 본 장애 유형이었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뇌병변장애까지는 들어봤는데 신장장애는 처음이었다. 바로 검색을 해봤다.

신장장애인 : 신장의 기능부전으로 인하여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거나 신장기능의 영속적인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 상당한 제한을 받는 사람.
*. 참고로 장애의 종류는 15가지가 있다.

신장장애 중증은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서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면접을 보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이 생겼다. 신장장애는 피곤을 빨리 느낀다고 하는데.. 함께 일하기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너무 스펙이 우리에게 맞는 것 같아서 일단 A의 얼굴이라도 보자 생각이 들었다.



면접을 봤다. 그리고 A만 2차 면접에 올려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그 결정은 근거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최대한 경미한 몸의 장애.

쉽게 말해, 기준은 "사무실 안팎에서 머리와 몸을 함께 쓰는 일을 할 수 있는가?"였다. 우리 회사는 작은 회사다. 장애인만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운영할 여력이 없다. 장애인을 채용한다면 장애를 가졌지만 비장애인들과 같은 일을 할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대신 장애 전형 채용자 처우를 비장애인 전형 채용자와 거의 똑같이 대우하는 것. 그게 우리가 세운 기준이었다.


하지만 어떤 일은 장애를 극복하기 힘든 것도 있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 분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카메라를 들고 계단과 경사, 심지어 길이 아닌 곳까지 걷고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상담사 같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직종에서도 언어장애를 가진 분들이 일하기 쉽지 않다. (불가능하다고 하진 않았다. 쉽지 않고, 넘을 장벽이 상당히 높을 뿐이다.)


우리가 채용하는 자리도 극복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다. 우린 영상이나 이미지 등의 여러 콘텐츠를 만드는 직종이다. 그래서 이동성과 커뮤니케이션에 큰 제약이 없어야 했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휠체어를 타면 힘들다. 말이 어눌한 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소통이 안될 정도로 언어장애가 있으면 그 역할을 할 수 없다. 우리의 일은 고객과의 소통이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4명의 1차 면접자 중에 1명은 휠체어 사용자, 1명은 소통이 많이 힘든 언어장애자, 1명은 경험이 거의 없는 경미한 지체 장애인 분이었고. 마지막 분은 관련학과 졸업에 실무 경험도 있는 중증 신장장애인 A였다. 사실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정말 누굴 뽑아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 근데 A가 1차 면접을 보는데 본인의 상태를 이렇게 말했다.

"3년 전에 신장에 급속히 나빠져서 투석을 받았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투석을 안 한 지 오래됐고 약만 먹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음주에 다시 재검사를 받는데요. 이번에 검사를 받으면 신장장애 중증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의사도 그렇게 말했고요"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A는 제작 경험과 역량이 우수했다. 관련 학과를 졸업했고 레퍼런스도 꽤나 탄탄했다. 무엇보다 콘텐츠 제작 일에 대한 철학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어하고 이 일을 위해 수년간을 준비해온 사람이었다. "이런 분을 장애 전형에서 만날 수 있다니!"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분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가 또 있다.


두 번째. 최대한 경미한 마음의 장애.

우리가 컨설팅을 받고 있는 장애 채용 전문가에 따르면, 구직을 하고 있거나, 일을 하고 있는 장애인 분들의 마음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장애 구직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우울증 약 등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장애인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고 한다. 사실 전에 나도 장애인분과 잠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요즘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래 마음 건강이 좋지 않아 스트레스에 취약하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이 아니면 모르는 어려움이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함부로 말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장애인 각 개인의 기질에 따라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장애 채용 전문가는 사실 이 정신 건강 부분이 우리가 잘 모르는 장애 채용의 블라인드 스팟이라고 했다. 이 '장애가 준 우울감'이라는 것을 인적성 검사나 면접 만으로 다 판별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봐야 마음 건강 상태를 조금이나마 추측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몸의 장애보다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고 함께 일하는 건 더 힘든 일이다. 이 '장애가 준 우울감'이란 원인과 그 깊이가 너무나 다양해서 이것을 극복할 노력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사실 그런 노력은 회사에서 하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나 할 일 아닌가.


근데 A의 경우, 마음 건강이 비교적 좋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1) 일단 장애가 생긴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A가 자아를 형성하는 10대에는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2) 몸이 아팠던 기간도 약 1년 반 정도 비교적 길지 않다. 심지어 지금은 신장장애가 많이 호전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로 인해 우울감을 많이 느껴보지 못했을 거라 추측한다. 면접 후 면접관들은 A는 신장장애를 장애가 아니라 큰 질병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4명의 면접자 중 가장 장애인 같지 않은 분이 최종으로 남게 됐다. 근데 이 '장애인 같지 않은 부분'이 우리 발목을 잡을 줄이야...


I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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