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실패 #원인분석 #장애인채용의의
석유같이 짙은 한숨이 나왔다.
말 그대로 채용의 모든 것이 다시 원점이 됐다. 이유는... 근본적으로 정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장애인을 채용하면서 가장 장애인 같지 않은 사람을 찾은 벌이라고 해야 할까.
시작부터 잘못된 것 같다. 장애인 채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의 부재가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 어느 날 본부장님으로부터 우리 부서에 장애인을 채용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왜?"라는 고민이 없이 K-직장인의 열심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사실 장애인 채용은 회사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장애인 개인에게는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장애를 가지고 비장애인들과 섞여 일을 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처음에는 "나도 사회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설렘. 나중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혹시 회사에 피해를 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까지. 참 복잡한 마음이 몰아칠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왜 우리의 장애인 채용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는지 이야기해 보자. 우리가 뽑으려고 했던 A지원자. 지원서 상에는 신장장애 중증이지만 지금은 상태가 정말 많이 좋아져서 신장 투석을 안 하게 됐다는 분. 심지어 관련 학과를 나오고 업무 경험도 있었던 그분. 장애전형으로 이런 분을 만날 수도 있구나 감탄하며, 우리가 보석을 찾았다며 호들갑을 떨게 했던 A지원자. 확인해 보니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닐 예정이었다. 더 정확히 말해, 신장 건강이 많이 좋아져서 이번 1월에 있는 장애심사 시 장애등급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우리 부서는 장애채용자 기준을 '최대한 경미한 몸과 마음의 장애'라고 정했었다. 지금 돌아보면 장애인을 뽑으면서 이러한 기준을 정했다는 건... 정말 너무 업무효율 만능주의(?)적으로 접근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했듯 장애인 채용한다는 건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의미가 있지만 사실 함께 일하게 될 비장애인 동료들에게도 큰 의미를 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해서 교육하고 있다. 쉽게 말해,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친구가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장애인과 함께 무언가 해본 경험조차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과 일하게 된다는 건 비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지경이 열리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과 일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함께 일하는 법을 터득하고, 장애인과 함께 노는 법이 익숙해지고, 장애인과 무언가 같이 하는 것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몰라서 두려웠던 거지 사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건 생각보다 그렇게 무서운 일이 아니다. 충분히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일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접점은 많아져야 한다.
학교에서부터 직장까지. 사실 성공적인 장애인 사회진출의 key는 이 부분에 있다. 비장애인들의 장애에 대한 장벽을 낮춰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장애를 가지고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 알바를 써본 경험이 없는 카페 사장은 장애인이 어느 정도 카페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장애가 카페 일에 전혀 지장을 안 주는지 모른다. 그냥 해본 경험이 없고, 막연히 두렵기 때문에 채용하지 않는다. 근데 이 카페 사장이 장애인 친구가 있어서 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어떨까? 적어도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장애인과 함께 하지 않으려 하는 바보 같은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말이 길어졌다.
'최대한 경미한 몸과 마음의 장애'라는 우리의 선발 기준은 틀렸다.
장애인과 함께 일을 한다는 건, 단순히 업무의 효율을 넘어서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비장애인에게 장애인과 무언가 함께 해보는 경험은 나의 세상을 확장시키는 행위.
다시 시작해 보자.
함께 일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준으로 다시 찾아봐야겠다.
I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