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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것들

by 새벽녘

나는 미지근한 감각이 좋았다

나는 미지근한 기분이 좋았다

나는 미지근한 말투들이 좋았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냥 그런 시시하고 지루한 것들

가슴 뛰지 않은채 조용히 사랑했다

미지근한 것들은 잘못됐다

최소한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몇개의 입들은 쉽사리 비난했다


금방이라도 재로 타버릴듯한 용암처럼

혹은 곁을 안 줄 정도로 쌀쌀맞은 빙하처럼

제대로 살아보지 않는 것들에 눈길 주지 말라며

언제든 편히 끌어안을 수 있는 그 애매함을 용서하지 못했다


나는 미지근한 것들이 싫었다

어느새 미지근한 것들이 싫었다

그 감각, 기분, 말투마저 다 싫어졌다


나는 그렇게 보이기 싫었다

그런 온도를 가진 무언가가 되기 싫었다

솔직하지 못해 나는 계속 가라앉았다

잘보이고 싶어 물위로 뜨려 발악할때마다

어떤 미움같은 것이 내 발목을 잡고 끌어내리듯

나는 제대로 숨도 못쉬고 연거푸 가라앉았다

우울에 잠식이라도 당한 듯, 끝도 없이 조용히 내려만갔다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더 더 더

자꾸만 더 아래로


난 조금도 제대로 타본적도 얼어본적도 없다

동경하던 것들 사이에 껴서 어울릴 수 없었다


내게 아가미라도 달려있었던 듯이

가라앉은 심해 속은 생각보다 숨쉴만했다

이젠 어두운 시야 속 날 감싸는 이 온도가 좋다

이 미지근함이, 때때론 밋밋하고 때때론 따뜻한 이 감각이

이 감각, 기분, 말투가

언제든 끌어안을 수 있는 애매한 온도가

미워지기 전 원래 알고있던 익숙함 전부 다


나는 미지근한 감각이 좋다

나는 미지근한 기분이 좋다

나는 미지근한 말투가 좋다

그런 느낌이 나는 사소한 것들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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