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도시의 발걸음들 속
사소하고 유치한 감정의 부스러기들을
남들은 너무 쉽게 털어내는 것만 같다
나는 좀처럼 그 속도를 쫓아가기가 버겁다
비온 뒤 질척거리는 진흙처럼
예쁘게 마른듯이 포장한 겉면 속
내 부스러기들은 추하게 끈적여서
숨기려 꾹꾹 눌러 넣으면 넣을수록
비명을 지르듯 뭉치고 비틀리고 찌그러졌다
운동화에 딱 달라붙어
털어도 잘 떨어지지 않던 그 흙처럼
초라함을 투박하게 내보일 용기가
겁나서 감추기만 급급한 내겐 없었나보다
익숙한 비 냄새에 또 땅은 금새 축축해지고
나는 또 보기 싫어진 것들을 안보이게 숨겼다
니가 내 그림자를 모르듯 나도 너의 그림자를 모른다
캄캄하고 습한 이 흉한 것들을, 애써 삼켜낸 부끄러움을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절반도 안되는 언어와 표정들로 서로를 대하던 수많은 너와 나는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