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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

by 새벽녘

꿈틀꿈틀 끈적끈적 질척질척

보기가 흉한 것들은 영 징그럽다

징그러운 것들은 미워해도 되는가

징그러운 것들은 혐오해도 마땅한가

징그러운 것들은 무해한 이동경로에도

그 흔적들을 쫓아 욕하고 소리쳐도 되는가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것들은

으레 따스한 손길이 닿는 청결한 곳에 머물수가 없다

흉한 것들은 외롭고 또 더러운 것이 된다


더러운 것들은 미워해도 되는가

더러운 것들은 혐오해도 마땅한가

더러운 것들은 도망치듯 조심스러운 이동경로에도

그 흔적들을 쫓아 할퀴고 찌르고 비웃어도 되는가


장난스런 증오들과 무책임한 위선사이에서

악의없는 흉물들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한다

떠돈다 떠다닌다 떨리는 마음으로 떠밀린다

비참한 마음들은 매몰찬 칼바람에 떠밀려

정처없이 비틀대다 속절없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그 비명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참지못해 대책없이 무너지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틀어막은 귀에 새어 들어오는

찢어질 듯한 울분과 우울함을 아는가


그 철렁임을 알게 된 부끄러움을 아는가

언젠가 함께였던 그 흉물을 아는가

그의 웃는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아는가

흉한 것들은 미워해도 되는가

더러운 것들은 혐오해도 되는가

징그러운 것들은 함부로 발길질해도 되는가


문득 거울 앞에 선 형태가 흉물같을 날

마땅히 느낄 부끄러움만큼이나 크게 추락한다

시리다 못해 따가운 찬 바람의 속도를 느끼며

깊이 깊이 더 깊숙히 깊숙히

잠겨버릴 듯이 버거운 숨처럼

깊이 깊이 더 깊숙히 깊숙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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