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걱정한다고 했지만
그게 조악한 거짓말임은
표정과 목소리 떨림을 들으면 안다
그저 깊고 깊은 불안을 투사 중이다
긴 시간 마주하기 두려워 방치한
조각들은 저마다 썩어 괴물이 되었나 보다
넌 남을 통제하고 싶어하지만
비참하게도 좀처럼 행복하지 못하다
우울과 분노를 숨기려 껍데기가 두꺼워졌을까
약한 게 죄인 그 세계는 지옥같을까
원하는건 동정일까 찬양일까
이해나 연민은 주기 아까우니 묻지 않겠다
습관 같은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을 뿐이다
자신마저 애쓰고 애써 속지 않는다면
다른 많은 것들이 전부 믿기 싫을 테니까
그럴싸한 포장 살짝 벗기면 오로지 자아만 있다
초조한 거짓들은 시시때때로 역류하지만
껍질들로 악취나는 진실들을 눌러 감춘다
그 거창한 불행들은 전부 남으로부터 온 것이다
타인의 찢어지는 울음소리엔 실컷 비웃었지만
비장한 언어들과 달리 누구보다 어린아이 같다
너는 기생충처럼 타인의 공감을 먹고 자란다
돌려주지도 않을 것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먹고서
여전히 불쌍한 스스로를 부여안고 잘도 누군가를 찌른다
동정심을 구걸하는 동화들에 이젠 구역질이 난다
그 모든 것을 증오한다
정당한 심정으로 너를 혐오한다
너와 함께한 이들은 고통속에 밤이 길어진다
우린 함께 안보이는 어둠속으로 떨어질 뿐이다
그 원치 않는 습관들을 원망하는 울분 속에서
너는 늘 그랬듯이 뻔뻔하게 아파할 지도 모른다
너는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모른다
그 옆을 외롭지 않게 채울 누군가를 잡아
헤엄칠 수 없는 찬 물 속으로 끝도 없이 가라앉는다
너는 익숙한 곳에서 그나마 외롭지는 않겠지만
사랑한다 착각한 그 이는 오늘부로 너를 경멸할 것이다
불행, 울분 같은 것들마저 난 혼자서 선물로 받겠다
불길에 타서 죽을지도 모르지만 길을 밝힐 수도 있는 것처럼
그러니 서늘하고 축축한 그곳에 널 남기고 떠나겠다
내가 걱정된다고 했지만
그게 역한 핑계거리임은
눈빛과 넘치는 어투를 들으면 안다
그저 깊고 깊은 불안을 투사 중이다
긴 시간 꺼내보기 무서워 방치한
씨앗들은 저마다 비틀려 이렇게 되었나 보다
내 고통들과 너는 이제 무관하다
그러니 난 널 걱정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