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중간고사를 올백 맞으면

또라이 아닌가

by 음감
스물의 이야기

짝사랑에게 고백받고 첫사랑이 시작된 스무 살, 고3을 붙들고 자랑을 했더란다.


"야, 첫 키스엔 종친대매. 나는 왜 안 치지?"

"나도 안 해봐서..."

"진짜?"

"누나도 스물 돼서야 한 걸 왜 나한테..."


한 달 후,


"맞다. 너 시험은? 내가 방해해서 어쩌냐"

"괜찮아 누나. 올백 나왔어"



고3의 이야기



누나가 나 시험기간에 연락 안 한다더니 진짜 안 한다. 음성사서함 확인도 안 한다.


보나마나 술 퍼마시고 있겠지. 대체 그 형, 아니 그 새끼는 왜 잠수를 타서. 가서 죽여버릴까.


누나가 나 시험 못 보면 야자 시간에 안 나온다 했다. 점심시간 농구마저 끊고 공부했다. 올백이 나왔다. 여자에 돌아서 공부하는 또라이새끼라고 애들이 기막혀했다.




스물의 이야기


그 시절에는 있지도 않던 게릴라성 폭우처럼 사랑이 왔다. 그가 먼저 고백했는데도 불안했다. 사랑해서 떨렸고 불안해서 떨렸다. 누구에게도 이 사랑을 말하지 못했다. 대체 고3에겐 왜 말했을까.

예상대로 차였다. 예상해도 아팠다. 아파도 말하지 못했다. 고3 시험기간이라 말할 곳이 없었다. 생리는 왜 안 함?

걔 시험이 끝났다. 불러서 실컷 울었다. 생리는 그로부터 넉 달 후에 터졌다. 시작 기념으로 술은 이틀에 한 번만 마시기로 했다.




고3의 이야기


학원 수업 끝나는 11시, 밖이 소란하다.


누나가 알바비 받았다며 인수쌤 담배 한 보루를 사 왔다. 인수쌤은 작년에 누나 수학 선생님이었다. 쌤이 누나에게 말했다.


"넌 선생을 생각하는 거냐 마는 거냐. 술은 얼마나 쳐드신 거고?"


"혼자 쌤 찾아올 만큼 쳐드셨지요. 으흐흐"


역시, 말대꾸도 성실한 누나다.


인수쌤은 나랑 누나 둘 다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2의 어느 날, 쌤이 말했다.


"수학도 못하는 띨띨이를 왜 좋아하냐?"

"수학만 못하지 딴 건 잘하... 어? 쌤 어떻게..."

"내가 널 모르냐. 띨띨한 놈"


누나는 내 거라며 츄파춥스와 베지밀을 사 왔다. 유당불내증을 기억한 건 좋으나 별로다. 스물이 되면 소주병을 저 끝까지 일렬종대로 세우고 누나랑 밤새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