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혼_13
영국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딸 하은에게 전화가 왔다. 카톡을 자주 하는 사이지만 전화는 또 다르다. 세화와 하은은 여느 딸과 엄마처럼 일상의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
"근데 엄마, 아빠가 요즘도 신용카드 자주 쓰지? 어디꺼 쓰는지 혹시 알아?"
"갑자기 왜? 주로 쓰는 건 삼성카드일 거야. 근데 하은아, 무슨 일 있어?"
하은은 서둘러 대답했다. "아, 그냥 필요해서. 내가 확인해보고 말해줄게. 엄마. 근데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세화는 하은의 말에 잠시 긴장했지만, 담담하게 무슨 부탁이냐고 물었다.
"아빠가 잠들었을 때 나랑 통화 좀 해. 내가 아빠 이름으로 삼성카드 가입해서 내역을 좀 보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아빠 폰으로 인증번호가 가거든. 엄마가 그 번호를 불러주면 돼. 간단하지?“
"하은아, 왜그래? 아빠한테 무슨 일이 있는거야?"
하은은 짧게 숨을 들이쉬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냥 잠깐만 필요해서 그래. 나중에 다 설명할게요. 지금은 조금만 믿어주세요."
세화는 여전히 불안했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알겠어, 하은아. 하지만 나중에 이유 꼭 말해줘야 해."
그날 밤, 세화는 남편 지창이 깊이 잠든 걸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그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했지만, 하은의 요청을 생각하며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하은은 차분하게 메모를 하며 말했다.
"엄마, 정말 고마워."
세화는 딸의 말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하은아, 혹시… 아빠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니?"
하은은 최대한 침착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답했다.
"그냥 제가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 그래. 걱정 말아요"
세화는 마음 한구석이 무겁게 내려앉는 걸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하은아.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면 꼭 엄마한테 말해줘야 해."
하은은 잠시 침묵하더니, 작게 대답했다. "그럴게요, 엄마. 사랑해."
세화는 딸의 마지막 말에 마음이 조금 풀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무언가가 마음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나도 사랑해, 하은아. 또 연락하자."
전화를 끊고 나서도, 세화는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다. 하은이 감추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느끼면서도, 딸의 말에 기대어 더 깊이 묻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