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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음감 Oct 14. 2024

전세금으로 코인 사서 월세 가면

드디어 이혼_12

세화는 창가에 서서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주방을 둘러본 지창의 눈빛에는 이미 결심이 굳혀진 단단함이 담겨 있었다.


"이 집, 팔아야 해."


지창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세화에게 다가섰다.


"투자할 기회는 흔치 않아. 이번 거 놓치면 후회할 거야."


그의 말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고, 마치 그가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세화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 오빠랑도 말했잖아요. 이 집은 안 팔아요."


세화는 떨리는 목소리지만 단호했다. 지창은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서서, 손가락을 탁자 위에 두드리며 말했다.


"이렇게 여자들은 감정에 얽매여서 일을 망치지. 이건 현실적인 문제야.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나 할까."


그의 말은 명령처럼 들렸고, 세화는 그 강압적인 태도에 속이뒤틀렸다. 지창의 시선은 그녀를 압박하며, 더 이상 어떤 반론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굳어 있었다.


세화는 지창의 차가운 시선을 맞받으며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미래를 위한 준비? 당신, 예전에 당신 어머니 집 보증금으로 코인 샀다가 어머니는 결국 월세집으로 갔잖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당신의 투자를 믿죠?"


지창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더니, 눈동자에 서늘한 빛이 번졌다. 그는 세화에게 다가가 몸을 숙이며 낮고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는 내가 미숙했어.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그 경험에서 제대로 배웠어."


지창은 그녀의 반박을 무시하듯, 얼굴을 더욱 가까이 가져가며,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압박했다.


"이건 내가 결정할 일이야."


"하지만 우리 오빠가..."


"왜 우리 부부 일에 당신 오빠 의견이 필요하지? 난 이 결정을 바꾸지 않아."


세화는 다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를 달랬다. 어차피 이 집 명의는 세화다. 세화가 버티면 그만이다. 세화는 가까스로 심호흡을 하며 한 마디를 던졌다.


"내 인감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요. 이번에는 당신 뜻대로 안 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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